[취재현장]‘아버지의 마음’

  • 입력 2002년 7월 22일 15시 05분


21일 전북과 성남의 경기가 펼쳐진 전주월드컵경기장,

한낮의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3만여명의 팬들이 월드컵이후 식지 않은 축구 열기를 만끽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3만여명의 축구팬들중엔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비운의 스타플레이어 김도훈의 아버지도 한쪽 관람석에 자리했다.

7일 K리그 개막이후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아들 김도훈을 먼발치에서 남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스타팅 멤버에는 김도훈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최근 무거운 몸놀림에 팀플레이까지 적응을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2군까지 내려갔던터라 스타팅에서 제외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도 혹시나 홈경기인데다 2군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컨디션까지 좋아지고 잇는 마당에 선발출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아버지의 바램은 바램으로 끝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의 뛰는 모습을 볼수 없어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들의 팀마저 0대2로 뒤지자 아버지의 속은 타다 못해 시커멋케 변하고 있었다.

하늘이 아버지의 애타는 응원소리를 들었을까?

전반 34분 기다리던 아들 김도훈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아버지는 쳐진 어깨를 다시 세우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혔다. 아들의 발끝에 공이 다을때마다 외마디 탄성속에 두주먹을 줬다폈다하며 마음속의 응원을 힘차게 보내기 시작했다.

전반 후반에 투입된 김도훈은 짧은 투입시간에 별성과를 내지 못했고, 아들의 골을 기다리던 아버지도 아들이 경기장에 나온 것에 위안을 삼으며 남은 후반전 45분을 기다리며 아들이 열심히 해주길 바랬다.

드디어 후반전.

시간이 얼마정도 흘렀을즈음 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김도훈이 후반5분 오른쪽에서 센터링된 공을 오른발 슛, 상대편 골네트를 가른 것이다. 아들 김도훈만큼이나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골이였다.

이후 계속되는 공격찬스 후반20분.

첫골의 상황처럼 골문앞에서 반대편에서 넘어온 공을 아들은 몸을 날려 넘어지며 슛을 했고 이번에도 아버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골인 장면을 볼려는 순간 상대골키퍼의 선방에 골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흘러나온 공을 전북선수가 차분이 넣어 동점골로 이어졌고 이후 골은 나지 않았고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끝났다.

아버지는 아들이 추가골은 못넣었지만 팀의 추격골과 동점골이 될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등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그동안의 부진을 떨쳐버린 것 같아 기뻤다.

'3억5천만원의 거액을 받고 있는 선수의 플레이가 뭐 저래.' '2000시즌 12골을 넣은 득점왕 김도훈마저?'등 그동안 주위의 비난을 들으며 마음고생을 했었을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러나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아픔과 2군행의 시련을 견뎌내고 다시 뛰기 시작한 오늘의 아들에 모습은 한없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경기장을 나서는 아버지 마음속엔 K리그 개막이후 단 한골도 넣지 못하고 부진에 빠졌던 아들이 이날의 경기와 골을 계기삼아 더욱 열심히 뛸수 있길 속으로 바랬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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