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철우/축구스타 이적료 선수엔 덫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25분


한국 월드컵대표팀이 잇단 선전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격파하며 8강 고지에까지 오름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각국 프로축구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 스타선수들의 ‘몸값’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축구와 관련해 잘못 사용되는 용어의 하나로 ‘몸값’이란 말이 있다. ‘몸값’은 때로 선수가 받는 보수를 뜻하기도 하나 대부분의 경우 이적료를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몸값’이 이적료를 뜻한다면 선수가 받는 것이 아니라 구단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인데 마치 이를 선수가 받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몸값은 선수에게 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는 함정이다. 구단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이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프로축구의 경우 구단과의 계약만료 후에도 이적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적할 수 없다는 원칙이 오래도록 지배해 왔다. 1995년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그러한 제도를 두는 축구협회의 규정은 유럽공동체조약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조약은 역내 근로자의 국경을 넘는 자유이동을 보장하는데 이적료제도는 근로자에 해당하는 축구선수의 이동을 제한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로써 유럽경제지대(EEA)를 구성하는 18개국 및 유럽공동체와 협정을 체결한 일부 국가 출신의 선수들은 계약만료 후 이적료 없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은 몸값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공격의 대들보 맥마나만의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이적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반면 브라질인인 호나우두는 이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이탈리아 인터밀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3000만달러를 주고서야 그를 데려갈 수 있었다. 또 법원의 결정은 계약만료 후의 이적료에만 적용되므로 레알마드리드는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지네딘 지단의 영입을 위해 이탈리아 유벤투스에 6500만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전면 폐지는 되지 않았지만 이적료가 제한됨으로써 발생한 구단의 비용감소 효과는 스타 선수들의 연봉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신인을 발굴해 몸값을 받고 팔아 운영해온 군소 구단 및 선수 수출국의 축구인들은 법원의 결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거스 히딩크(전 네덜란드 감독)는 이적료제도의 변화가 유망주를 조기에 발굴, 육성하는 데 성공을 거둔 네덜란드 축구의 강점을 앗아갈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적료제도의 개혁은 대세가 되었으며 유럽 각국의 구구한 제도를 통일하기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은 몇 가지 지침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이적료는 23세 이하 선수의 계약만료 후에 한해 허용하되 선수는 계약기간 중에도 손해를 배상하고 이적할 수 있고 구단 역시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단 시즌 중에는 소속을 변경할 수 없으며 계약의 최단기간은 1년, 최장기간은 5년으로 한다.

월드컵 이후 많은 한국선수가 해외로 진출할 것이 기대되는 지금 해외축구시장의 동향에 관해 더욱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이 전술면에서 한국축구의 세계화를 가져왔다면 축구에 대한 지식과 정보, 제도와 경영기법 면에서의 세계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철우 성균관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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