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스페인 수호천사’ 카시야스

  • 입력 2002년 6월 17일 00시 56분


매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불운에 울어야 했던 스페인을 구한 스타는 라울 곤살레스도,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도 아닌 21세의 신예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였다.

16일 수원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16강전.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을 뛰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

아일랜드의 첫 번째 키커 로비 킨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 두 번째로 나선 매슈 홀런드의 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카시야스의 진가는 그때부터 나타났다. 한가운데로 몰린 세 번째 키커 데이비드 코널리의 슛을 두 손으로 쳐낸 데 이어 네 번째 케빈 킬베인의 킥은 방향을 정확히 예측, 왼쪽으로 넘어지며 막아내 잇단 실축으로 추락하려는 스페인을 건져낸 것.

카시야스는 그 전에도 후반전에 이언 하트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아일랜드의 파상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역 예선에서도 5경기에 나와 단 2골만 허용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m84, 80㎏으로 골키퍼로는 그다지 좋은 체격조건을 타고나지 못했지만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과감성을 무기로 1999년 이후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놓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짧은 경력이지만 1999∼2000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유러피언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그해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스페인 대표팀에 선발됐다. 9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최근에는 2002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실력 외에 행운도 따랐다. 스페인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인 호세 산티아고 카니사레스에게 밀려 출장기회를 잡지 못할 뻔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카니사레스가 발등에 화장품 병을 떨어뜨려 부상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함에 따라 주전 자리를 꿰찼다.

수원〓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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