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황새 날고 유비 뛰고

  • 입력 2002년 6월 4일 23시 27분


▼선제골 황선홍…A매치 통산 50골▼

‘황새’ 황선홍(34)은 4만8000여 관중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훨훨 날아올랐다. 첫 경기에다 16강의 분수령이라는 부담 탓에 후배 선수들의 발놀림은 초반 무거워보였다. 이럴 때는 노련한 고참이 긴장한 후배들을 이끌어 줘야 하는 법. 공격 최선봉에 나선 황선홍이 그 역할을 맡았다. 굵은 땀방울 쏟아대며 상대 진영을 쉴새 없이 파고들었고 경기 중에도 함께 공격라인을 형성한 설기현과 박지성을 다독거렸다.

전반 25분 이을용의 센터링이 폴란드 문전 중앙에 있던 황선홍의 왼발에 걸렸다. 공이 그의 발을 떠나는 순간 황선홍은 이미 골인을 예감한 듯 자신있어 보였다. 그랬다. 유럽 최고의 골키퍼라던 폴란드 예지 두데크가 급하게 몸을 날렸지만 어림없었다. 흰색 골네트가 출렁거렸고 경기장에는 팬들이 연호하는 “황선홍”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오른손 주먹을 여러 차례 내지르는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펼친 황선홍은 한국 벤치로 달려가 동료들과 포옹을 하며 참을 수 없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히딩크 감독이 선심의 제지를 뿌리치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것도 이때였다. 개인적으로는 1988년 12월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에 처음 뽑힌 뒤 98번째 A매치에서 통산 50골 고지를 밟는 영광스러운 장면이기도 했다.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뒤에도 지칠 줄 모르는 기세로 그라운드를 누빈 황선홍은 후반 4분 안정환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거친 숨을 몰아 쉰 그에게는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이제 황선홍은 한 가지 소원을 풀었다. 이제 남은 것은 16강. 이를 마저 이루기 위한 황새의 날갯짓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추가골 유상철…그라운드 종횡무진▼

그가 있으면 언제나 골이 있었다.

‘유비’ 유상철(31·일본 가시와레이솔). 그는 후반 8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거스 히딩크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있는 곳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이겼다”를 외치며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 등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 순간 5만여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2-0. 그의 골로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승리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후 스탠드에서는 한국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와”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한마디로 ‘축구 축제’였다.

98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동점골을 넣었던 ‘킬러’ 유상철. 그가 이날 보여준 플레이는 ‘혼’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첫 승이란 과실을 꼭 따내겠다는 투지가 넘쳤다.

유상철은 이날 위기 때마다 온몸을 내던져 상대 공격수를 저지했다. 후반 16분 상대 수비를 마크하다 그라운드에 나뒹굴어 이천수와 교체돼 나갈 때까지 그는 오직 승리를 위해서 뛰었다.

히딩크 감독이 가장 믿는 ‘멀티플 플레이어’. 그가 결국 해낸 것이다. 수비가 허술할 땐 수비수로, 미드필드가 부실할 땐 미드필더로, 그리고 골잡이가 부족할 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되는 히딩크 사단의 ‘살림꾼’.

후반에 부상으로 벤치로 실려나가는 그에게 팬들은 “유상철”을 연호했고 승리를 확신한 유상철의 눈가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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