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경숙앤더슨/40년만에 찾은 고국 “너무 불친절해요”

  • 입력 2002년 3월 31일 18시 52분


덴마크에서 살다가 여동생을 보기 위해 4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75세의 여성이다. 어제 손가락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근처에 있는 병원을 혼자 찾아갔다가 길을 잃어서 3시간 동안 거리에서 헤맸다. 길에서 헤매는 동안 인도건, 차도건, 녹색불이 켜져 있는 횡단보도건 아무 때나 불쑥 나타나는 오토바이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10여년 전부터 안 좋아진 눈 때문에 현재 거의 실명 상태인 나는 15명 정도의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 내가 “여보세요, 미안합니다만…”이라고 말을 떼기도 전에 고개를 휙 돌리는 것이었다. 길을 물어보면 모르겠다거나, 바쁘다거나 대답이라도 하면 좋은데 한 사람도 멈춰 서서 말을 끝까지 들어준 사람이 없었다. 결국 젊은 한국인 남학생과 영국인 남자분의 도움을 받아 차를 타고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한국전쟁 이후 유엔 산하기구 등지에서 일하면서 유럽의 덴마크 핀란드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등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했다. 외국에서는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거리에서 길을 물을 땐 차에서 내려 가르쳐주거나 데려다 주는 도움을 받았던 나로선 고국에서 당한 불친절에 너무도 놀랐다. 석달간 모국 방문을 마치고 이제 곧 다시 덴마크로 돌아가는데 고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경숙앤더슨 덴마크 저틀란드 거주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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