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윤옥/마침내 정의의 판결이 내려졌다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27분


12월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최종판결이 내려졌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12일 일본 도쿄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유죄와 일본 국가의 배상책임을 선고했던 ‘사실의 인정’ 판결에 뒤이은 것으로 전범자 9명의 유죄를 선고하는 최종판결이 완성된 것이다. 9명은 관동군 사령관 우메즈 요시지로, 남방총사령관 데라우치 히사이치, 필리핀 총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키, 중국사령관 하타 슈로쿠 등 위안소를 설치 운영하며 ‘위안부’체제를 확장 강화했던 책임자들이다.

이들에게 법정은 모든 증거를 제시하며 유죄를 선언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종전 이후에도 ‘위안부’ 생존자에게 배상을 거부함으로써 지금도 피해가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에 다음의 사항들을 권고하고 있다. 즉, 그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기구의 설치, 기념관 박물관 도서관의 설치, 교과서에 위안부문제를 기록하고 교육할 것, 유해를 발굴하고 생존자를 귀환시킬 것,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 등이다.

특히 피해국 생존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일본측의 ‘국민기금’에 대해 배상의 대신으로 볼 수 없으며 부적절한 접근이라고 선언한 것은 국민기금을 둘러싼 논란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판결문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극동군사재판에서 연합국의 책임을 묻고 있는 점이라 하겠다. 이미 극동 군사재판시 위안소 관련문서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국은 이를 묵과, 은폐, 누락시켰다. 그러므로 연합국은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일본군 ‘위안부’ 범죄사실을 알고도 처벌하지 않았던 죄를 인정하며, 일본이 완전히 배상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991년 8월 한국 여성인권운동의 힘을 배경으로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에서 시작된 ‘위안부’문제는 이렇게 10년 후 평화의 도시 헤이그에서 정의로운 최종판결을 획득했다. 할머니들의 명예는 회복되었고 또 그들은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는 세계 시민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판결문은 마지막 부분에서 그동안 정의를 요구하며 투쟁해 온 할머니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들이 용기를 내어 정의와 평화에 기여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최종 판결에는 피해국 12개국에서 원고 ‘위안부’ 생존자 12명과 지원단체 관련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북한에서도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 희생자 보상대책위원회’(종태위) 황호남 서기장을 포함한 6명이 참가했다. 정대협 대표들은 이들과 협의를 갖고 앞으로도 남북이 하나가 되어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하며 법정의 판결이행을 요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제안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박수로 통과시키며 아프간의 고통받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연대를 제의하기도 했다. 이제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정의의 이정표가 된 것이다.

김 윤 옥(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