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중등교사 자격자 초등교 임용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37분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교육대에서 70학점을 이수토록 한 후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교대학점제’가 발표된 이후 논란이 뜨겁다. 이 방안을 검토중인 교육인적자원부는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필요한 초등교원을 단기에 양성하려면 이 제도가 불가피하며 사전 학점이수와 사후교육을 통해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에 반대해 동맹휴업을 벌이고 있는 교대생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교육과정과 교육문화가 전혀 다른 중등교사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면 초등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보다 중장기적인 교원수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사후 연수 잘하면 '이상 무'▼

과거 초등교원의 양성 대비 임용은 1 대 1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예측하지 못한 명예퇴직자가 대량(명예퇴직 1만7000명, 정년단축 6000명) 발생해 수급의 불균형이 생겼으며 농어촌이 많은 도에서는 교육대 졸업생들이 임용시험까지 기피해 초등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현재의 과밀학급으로는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가 곤란하다. 이에 정부는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감축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2만3600명의 초중등 교원을 증원키로 하였다.

초등교원 수급전망을 보면 2002년에는 현행 수준의 기간제교사 활용으로 부족 교원의 충원이 가능하지만 2003년에는 필요 인원이 1만3900여명인데 비해 충원 자원은 6300여명으로 76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도교육감들이 8월 임시교원양성소의 운영을 건의하였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1년 이상 교육시킨 뒤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되었다.

중등교사의 초등교사 임용방안에서 꼭 전제되어야 할 사항은 초등교원의 전문성이 최대한 확보되어야 하며 필요한 최소 규모로, 한시적이고, 지역을 제한하여 교육대생들의 교직 진출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초등교원의 전문성에 관하여 살펴보자. 중등교사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직과목 이수 등 4년간 공부한 사람들로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대의 초등교과 교육과정(70학점)을 14∼20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교육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전문성을 갖출 것으로 판단된다. 평생학습 사회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양성기관에서의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며 계속 자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등교사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면 사후 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전문성을 확보토록 할 예정이다.

과다하게 양성되고 있는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의 실업구제책 차원이라는 소문은 왜곡과 선동에 불과하다. 교원부족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교육현장의 문제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뇌의 결과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현재 재학 중인 교육대생들의 임용 적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다. 적어도 2006학년도까지는 교육대 졸업생 전원이 교직에 진출해도 인원이 부족할 전망이다. 2004년 이후에도 교원 법정정원 확보율을 금년도 수준(95.8%)으로 유지하기 위해 2009년까지 매년 1600∼1800여명씩 증원할 계획이다. 따라서 2004∼2006년 기간 중 매년 평균 7800여명이 필요한데 충원 자원은 6600여명으로 1200여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급담당교사가 없는 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최소 규모의 초등교사 양성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초등교사로서의 전문성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도록 선발, 교육과정 및 현직 연수를 통해 보완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형식(교육인적자원부 교원정책심의관)

▼반대/초등교사는 아무나 하나▼

‘학급당 학생 수 35명.’ 시원한 복음같이 들린다. 그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언뜻 호소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해마다 5500명씩 4년간 2만2000명을 증원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바로 올해 초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수급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소홀하게 취급하는 단적인 예이다.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에게 보수교육을 시킨 후 초등교사로 임용한다는 발상의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첫째, 지금 사범대와 교직이수자를 통한 중등교사 임용정책은 무너진 상태이다. 자격증 남발과 임용고시 등으로 사범대생들이 중등교사가 된다는 뚜렷한 전망을 갖지 못하는 현 상황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4년간의 교육과정이 전혀 다르고 교육문화가 상이한데 단순히 ‘교사자격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중등교사를 초등교육에 배치한다면 교육에 치명적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육현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원단체, 교육대생, 교수, 사범대생, 현장 초등교사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학부모라도 당연히 초등교육을 전공한 교사에게 초등학생 자녀를 맡기려 하지 않겠는가?

둘째, 2003년에 매달리는 교육부의 경직성이다. 이미 전교조는 교대 입학 정원 증원과 편입생의 증대를 통해 교육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학급당 35명을 2005년에는 맞출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번 임용되면 25년 이상 교사로 근무하는 현실에서 교육부가 이번 방침을 강행한다면 눈에 안 보이는 질의 저하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셋째, 적어도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적인 초등교원 수급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현재의 시도는 교육 전체 차원에서 접근한 수급정책이 아니라 학급당 35명에 꿰어 맞추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가용 인원이 다른 초중등간의 급별 차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99년 향후 다시는 중등자격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 놓고도 스스로 이를 번복했다. 초등교육이 경시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부에서 초등교원 수급을 실업자 구제의 측면에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 아연할 따름이다.

끝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경기 전남 등 일부 도의 부족현상에 대해서는 ‘지역별 초등교육발전협의회’의 구성을 제안한다.

도교육청과 지역 교육대, 교사, 학부모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에 알맞은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초중등 교원의 수급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교원수급대책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침대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발을 맞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과감하게 중등교사의 초등교사 임용계획을 폐기하고 종합적인 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기훈(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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