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U.S. 테니스 Summer Swing

  • 입력 2001년 8월 23일 15시 12분


Wimbledon이 끝나고 정확히 2주 후부터 북미대륙의 하드코트 시즌이 시작됩니다. 5주 동안에 10개의 ATP/WTA 토너먼트가 열리는 빡빡한 일정인데요, US Open을 겨냥한 대회들인 만큼 우승자들은 언제나 다가오는 US Open의 챔피언 후보에 오르기 마련이지요. 올 시즌은 과연 어느 선수가 the hottest hard-court player일까요? 궁금증은 일단 surface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난 뒤에 풀어드리겠습니다. Just a moment, please! ^^

Hard Court = Democratic Surface?

하드 코트는 신종 surface입니다. 70년대 말 미국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짓는 데나 관리하는 데나 별로 돈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지어놓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쉽게 유지가 되는 아주 편리한 코트입니다. 역시 미국의 코트답게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는 미국 사람들의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요. 한마디로 잔디코트나 클레이 코트가 요리사가 정성 들여 차린 French cuisine이라면 하드코트는 차릴 필요도, 설거지할 필요도 없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같다고나 할까요?^^

하드 코트는 시멘트에다 무엇을 얼만큼 섞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집니다. 가령 모래를 많이 섞거나 고무를 입히면 속도가 좀 느려 집니다. 어쨌든 하드 코트는 잔디보다는 느리고 클레이보다는 빠른 surface이고, 따라서 baseliner나 serve-n-volleyer 둘 중 어느 한쪽에 특별히 더 유리하지 않은, 공평한 조건을 제공해 주지요. 그런 면에서 하드 코트는 가장 ‘민주적인’ 코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 코트의 장점은 우선 bounce가 일정하다는데 있습니다. Surface가 smooth하기 때문에 불규칙 바운스가 생기지 않지요. 또한 속도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기 때문에 한 방에 끝나는 ace, 제법 긴 랠리, 기막힌 volley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의 테니스를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롤링을 해주거나 물을 뿌려 줄 필요가 없는 하드 코트는 언제나 ‘준비된’ 코트입니다. 게다가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비가 온 뒤 코트기 마르는 데 별로 시간도 안 걸리니 세상에!… 이건 이만저만 편리한 게 아니죠.

단점은 첫째, 대부분의 out door 하드 코트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의 동부나 mid-west의 여름 날씨는 우리나라하고 거의 비슷합니다. 무덥고 습하고 아무튼 푹푹 찌는 날씨죠. 클레이와는 달리 열을 발산하는 하드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일 겁니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말입니다.

둘째, 하드 코트는 설사 고무를 입혔다 해도 잔디나 클레이에 비해 쿠션이 없기 때문에 이 surface에서 많이 뛰다 보면 물집이 나거나 발목, 무릎 같은 관절이 상할 확률이 더 많습니다. Pete Sampras의 트레이너인 Todd Snyder라는 사람이 몇 년 전 프로 선수들의 발과 발목 부상이 어느 정도로 surface의 영향을 받는 가 조사를 한적이 있는데요, 전체 부상 선수들 중 절반이 넘는 55%가 하드 코트에서 뛰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하네요.

자, 그렇다면 하드 코트에서 뛸 때 선수들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먼저 하드 코트에 맡게 디자인 된 신발, 즉 쿠션이 몇 겹 더 깔려서 훨씬 푹신푹신한 테니스 운동화를 신어야 합니다. 양말도 마찬가지로 좀 두꺼운 걸 신어야겠지요? (참고로 잔디에서 뛸 때는 바닥이 울퉁불퉁한 운동화를 신어야 합니다. 미끄러운 surface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지요.)

또 아스팔트 바닥에서 뛰다가 갑자기 정지하거나 방향을 바꾼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다리를 삐끗하기 십상이겠지요? stretch를 충분히 해 줘서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야 합니다. 또 warm-up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구요.

U.S. Summer Swing

Mercedes-Benz Cup in LA

Final in 2001 : Andre Agassi d Pete Sampras 6-4 6-2

UCLA에서 열린 32draw의 작은 규모의 대회에 Agassi, Sampras, Kuerten, Safin 같은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모두들 여름의 첫 하드 코트 대회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작전을 짠 모양이지요. 결승전은 지난 3월 인디안 웰즈(Indian Wells)에 이어 또 다시 애거씨와 샘프라스의 대결이었고, 이번에도 애거씨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랜 라이벌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작년 호주 오픈 준결승전부터 이 대회까지 내리 세 번을 모두 애거씨한테 패한 샘프라스는 이젠 꼭 이빨 빠진 호랑이 같기만 합니다.

한편 Roland Garros 우승으로 Champions Race 1위에 등극했던 Guga는 Wimbeldon에 불참하는 바람에 다시 애거씨에 이어 2위로 밀려났는데요, 여름 시즌을 맞아 드디어 애거씨 vs ‘구가’ 치열한 선두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합니다. 준결승에서 만난 이들은 full set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애거씨가 승리했고 덕분에 애거씨는 일단 ‘구가’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나저나 UCLA 학생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대회를 자기네 캠퍼스에서 일년에 한번 씩 하니 말입니다. 스테디엄도 자그마하니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또 연습하는 것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참, 복도 많아라.

Tennis Masters Series - Montreal

Final in 2001 : Andrei Pavel d Patrick Rafter 7-6 2-6 6-3

Canadian Open이라고 불리는 이 대회는 ATP대회가 몬트리얼에서 열리면 WTA는 터론토에서, 다음해는 ATP가 터론토, WTA가 몬트리얼에서… 이런 식으로 캐나다의 이름난 두 도시에서 번갈아 가며 주최합니다. 이번 대회에선 Wimbledon 이후 처음으로 출전하는 팻 래프터의 선전이 돋보였는데요, 결승전에서 그만 루마니아의 안드레이 파벨에게 일격을 당하고야 말았습니다. 파벨은 groundstroke에 능한 baseliner로 알려진 선순데 특히 그의 시원시원한 one-handed backhand는 정말 일품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one-handed backhand를 구사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저는 구가, 헤닌(Justine Henin), 그리고 파벨, 이렇게 셋을 고르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파벨의 제물이 된 선수들은 Xavier Malisse(벨기에의 재능 있는 신예), Francisco Clavet(스페인의 베테랑으로서 power는 없지만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숩니다. 3월 초에 아리조나에서 노만, 휴잇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죠.), Hicham Arazi(역시 까다로운 모로코 선수), Andy Roddick(3라운드에서 구가를 꺾고 올라온 기세 등등한 젊은이를 준준결승전에서 물리처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Tommy Haas(서브, 그라운드스트로크 모두 다 powerful합니다.), 그리고 Pat Rafter. 간단히 말하자면 파벨은 8월 첫째 주 내내 ZONE에 있었던 거지요.

Acura Tennis Classic in San Diego

Final in 2001 : Venus Williams d Monica Seles 6-2 6-3

오랜만에 모니카 셀레스 선수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2월, 오클라호마 대회 이후 발 부상으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는데요, 준준결승전에서 캐프리어티를, 준결승전에선 힝기스를 꺾는 등, 코트에 복귀하자마자 좋은 테니스를 선보여서 그를 아끼는 팬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대결할 때마다 팬들의 주목을 끄는 대 캐프리어티 전에서는 캐프리어티가 ‘셀레스가 스윙할 때 마다 지르는 특유의 고함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까지 했답니다. U.S. Open 준결승전에서 10대의 대결로 명승부를 펼친 게 딱 10년 전이군요. 올해는 warm-up event에서부터 신경전인가요? ^^

셀레스의 팬들에게 아쉬웠던 점은 그녀가 결승전에서 너무나 쉽게 비너스에게 무너져 버렸다는 거죠. 비너스는 두 세트 동안에 18개의 unforced error를 저지르고도 간단히 셀레스를 처리할 수 있었으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Tennis Masters Series - Cincinnati

Final in 2001 : Gustavo Kuerten d Patrick Rafter 6-1 6-3

‘구가’는 클레이가 아닌 다른 코트에서 별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랭킹이 아무리 높아도 U.S. Open 우승 후보하고는 언제나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두들 긴장할 때가 왔습니다. 그가 더 이상 클레이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사자에서 고양이로 변하는 mediocre hard-court player가 아니라는 걸 이번 대회에서 여실히 증명했으니 말입니다. ‘구가’의 희생자들이 된 여섯 명의 선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Andy Roddick, Tommy Haas, Goran Ivanisevic, Yevgeny Kafelnikov, Tim Henman, Pat Rafter! 전부 그랜드 슬램 대회 준준결승전 정도나 가야 만나게 될 거물들이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결승전 하는 날 오전에 치렀던 준결승전이었습니다. 3 세트를 7-6 타이브레이크로 어렵게 헨맨을 따돌린 ‘구가’는 겨우 20분을 쉬고 예정된 시간에 맞춰 결승전 매치를 해야 했는데요, 결승전에서 그는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이 간단히 래프터를 요리해버렸습니다. (그날 ‘구가’는 수퍼맨처럼 보이더군요^^) 어쨌든 첫 하드 코트 매스터스 시리즈에서 우승한 ‘구가’는 우승 100점을 보태면서 다시 Champions Race 선두에 복귀하게 됩니다.

RCA Championship in Indianapolis

Final in 2001 : Patrick Rafter d Gustavo Kuerten 4-2 retired

8월 셋째 주에는 Indianapolis, Washington D.C., Toronto-Canadian Open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TV 방송도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무얼 봐야 할 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the hottest hard-court player 두 사람, ‘구가’와 팻 래프터가 참가하는 Indianapolis 대회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전 주 신시내티 대회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의 rematch는 1세트를 래프터가 4-2로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오른 쪽 갈비 뼈 근처 근육 통증으로 ‘구가’가 기권하는 바람에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Wimbledon 결승전을 포함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던,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팻 래프터는 어쨌든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다행이지요. 이번에도 또 결승전에서 주저 앉았더라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테니까요.

반대로 ‘구가’한테는 운이 좀 따라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서도 또 폭우 때문에 이바니세비치와의 준결승전 매치가 다음날로 미뤄지는 바람에 결승전 매치가 있기 약 두 시간 전에 준결승전 경기를 해야만 했으니까요. 그의 부상이 심각한 게 아니어야 할 텐데요…

자, 이번 주에는 뉴욕과 아주 가까운 Long Island와 New Haven에서 각각 ATP, WTA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큰 대회를 앞둔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컨디션 점검에 여념이 없는 반면 저는 또 부랴부랴 preview를 쓰느라 제정신이 아닐 것 같군요. ^^ Draw가 발표 되는 대로 곧 찾아 뵙겠습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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