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시즌중 감독교체. 과연 꼭 필요할까?

  • 입력 2001년 7월 23일 13시 46분


1라운드 2무6패, 승점 2점으로 최하위에 처져 있던 전북이 드디어 최만희 감독을 경질시키고 남대식 고문을 감독으로 올렸다. 시즌중 감독교체는 팀의 성적이 나쁘거나 분위기가 안 좋을 때 '극약처방'으로 내리는 마지막 카드이다.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시즌중의 감독 교체가 과연 정말 올바른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위 '극약처방'의 극약(劇藥)이란 말은 독약보다는 약하지만 적은 분량으로도 위험한 약품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극약을 사용하는 처방은 극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후의 방법을 의미한다. 물론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극약처방을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양 남용한다는 것이다. 극약은 당연히 몸에 좋지 않은 약일진대 남용하면 몸에 무리가 갈 것이고, 또 나중에는 약에 대한 내성이 길러져서 나중에 가면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감독이라는 지위는 팀으로 보면 가장 중심이 되는 존재,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이런 중요한 존재를 리그 중간에 바꾸게 된다면, 물론 선수들이 각오를 새롭게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순간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간적인 효과일 뿐이다. 실제 팀의 성적이 나쁘다면 그것은 감독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팀의 부진은 단순히 감독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선수 구성상의 문제, 팀 분위기나 구단의 지원 문제 등등...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신임 감독이 들어오더라도 원래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채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더군다나 시즌 중간에 들어온 신임 감독은 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팀을 모르기 때문에 전력도 100% 활용할 수 없고, 팀 전체를 장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예년의 기록들을 살펴보아도 감독이 바뀌고 성적이 올라간 경우는 거의 없다. 작년과 재작년 시즌에 고재욱 감독과 박성화 감독이 옷을 벗고 김정남 감독과 최순호 감독이 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았지만(고재욱 감독은 중간에 정종수 코치가 잠시 감독직을 맡았긴 하지만) 두 감독 다 남은 시즌을 3승 9패와 5승 8패로 그리 좋지 않은 성적으로 마감을 했다. 이 두 팀이 양 감독체제에서 동계훈련을 충실하게 보내고 올시즌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감독이 팀을 알고 자신의 입맛대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감독의 자리가 쉽게 내쳐질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감독은 감독나름대로 소신있게 팀을 운영하지 못하고 단기 성적을 높이는 데만 급급하게 된다. 감독이 2년, 3년간의 프로젝트를 구사할 수 없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또, 감독 경질에 대해 쉽게 생각하게 되면서 구단에서 팀의 성적에 대하여 면피를 하기 위해 더 쉽게 시즌 중에 감독을 경질하는 악순환이 올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는 언제쯤이면 다른 나라같이 10년째 감독 20년째 감독이 생길까.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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