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신호위반 범칙금 불복 이재성씨, 8개월만에 승소

  • 입력 2001년 6월 29일 18시 39분


“돈 몇 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호위반’ 범칙금에 대해 홀로 법정싸움을 벌여온 시민이 8개월간의 재판 끝에 혐의를 벗었다.

현대선물㈜ 사장 이재성(李載星·49)씨는 지난해 10월 9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앞 네거리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했다는 이유로 범칙금 6만원을 통고 받았다.

이씨는 “신호에 따라 운전했을 뿐”이라며 경찰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법원의 즉결심판에서도 기각 당하자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때부터 장기간의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물증은 없었고 당시 이씨를 적발한 김모 의경은 “신호를 어긴 것이 분명하다”는 법정증언을 되풀이했다. 고심을 거듭하던 담당판사는 이씨와 김 의경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거짓말탐지기 검사까지 실시했다.

8차례 재판이 계속되면서 이씨는 바쁜 회사일정을 제쳐놓고 법원에 들락거려야 했다. 재판 순서를 기다리는 데만 반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6만원만 내면 될 일에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이씨는 “시민의 의무와 사회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처분을 따를 수 없다”며 ‘나 홀로 소송’을 계속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 판사는 29일 “거짓말탐지기 사용결과 이씨의 주장이 ‘진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의경에 대한 검사 역시 ‘진실’로 나왔지만 당시 정황과 도로사정 등을 따져볼 때 의경이 신호를 잘못 본 것으로 보인다”며 “신호위반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없으므로 이씨는 무죄”라고 밝혔다.

이씨는 선고 직후 “아이들에게 교통신호를 지키는 떳떳한 아빠로 설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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