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god, 윤계상 혼자 자꾸 튀네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57분


까다로운 윤계상이 어딜 가나 자꾸 개긴다. 다른 멤버들은 마음이 잘 맞는데 혼자서 계속 삐딱선일세.

사우나장. 계상을 제외한 god 멤버들이 런닝과 팬츠차림의 간편한 복장으로 마루에 앉아 삶은 계란을 먹고 있다. 혼자 서 있는 계상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팔을 휘두르며 복서 흉내를 내는 중. 준형이 삶은 계란을 건네자, 어 계란말이 없어? 라며 사오정 같은 엉뚱한 답변.

이번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일이 벌어진다. 여자 종업원이 다가와서 '콜라 어때요?' 제안하자 탁자에 둘러앉아 있던 계상 외 멤버들은 예! 귀엽게 합창한다. 계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쌍화차 없어요?' 한술 더 떠 여종업원의 손목을 덥썩 잡으며 다방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정말 깬다.

허어, 과연 집에 돌아온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거실에 모여 있는 멤버들. 아아, 윤계상. 역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깨는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데 그건 바로 뜨개질! 춤연습을 하던 태우가 갑자기 '출출한데 하몬스 어때' 운을 떼자 멤버들은 일제히 계상을 주시.

매번 유별난 입맛에 혼자서 튀는 계상이 이번에는 뭐라고 할까 짓궂은 마음이 슬며시 드는데 어라랏, 계상의 입에선 의외로 하몬스 한상자라는 긍정의 답변이 튀어나온다. 허를 찔린 멤버들은 어어, 놀라다가 쿠다당 쓰러지고야 만다.

멋스럽게 차려입고 옥상에 일렬로 서 있는 god. 모두의 손에는 하몬스가 들려 있지만 계상은 뻔뻔하게스리 빈손. 뜨아..마지막 씬까지 계상의 '개김'은 빛을 발한다.

이 광고의 포인트는 상황마다 삐딱선을 타는 윤계상과 세련된 카메라 쇼트다. 윤계상은 소녀팬들의 열광을 받는 샤프한 외모에 맞지 않게 가끔씩 보여주는 망가지는 모습이 더 매력이다. 하몬스에서도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오버하지는 않는다. 뺀질하면서도 포용력있는 캐릭터.

기민하고 재치있게 움직이는 카메라가 착착 시선을 당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한눈에 조망하는 거실 신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지막 옥상 신은 위에서 확 달려들 듯 잡아가는 크레인 쇼트가 역동적이다.

god의 가장 큰 매력은 성실함과 수더분함이다. 말로 툭 뱉으면 평범하게 들리는 단어지만 쉽게 질리지 않고 생명력을 키워가는 그들만의 값비싼 아우라다. 편안하고 건강하면서도 장난꾸러기들 같은 발랄한 분위기. 한데 어울려 장난치고 까르륵대는 모습은 세대를 아우르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육아일기'를 통한 인간적인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20대의 거친 사내 아이들이 여린 어린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 이 기발한 착상은 god를 더 없이 친근한 그룹으로 자리잡게 했다. 재민이의 입에 들어갔던 음식을 스스럼없이 집어먹을 때 어느새 기획의도마저 뛰어넘는다. 요즘의 작위적인 상황설정은 못내 아쉽다. 유종의 미를 거두길.

마지막으로 욕심을 내보자면 기본적인 정체성에 충실했으면 하는 거다. 어쩐지 뮤지션보다는 전천후 엔터테이너에 자꾸 가까워진다는 인상이다. 에너지를 음악 외적인 것으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집중력 있는 뮤지션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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