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양미라와 송재익의 만남

  • 입력 2001년 1월 26일 15시 06분


축구팬이라면 이번 롯데리아의 CF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양미라의 코믹버전에 송재익 축구캐스터의 절묘한 어나운스먼트가 만났으니까.

장소는 구닥다리 분위기의 콘서트장. 버거자매의 콘서트가 한창이다. 약간 오버한 듯한 버거자매의 차림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야시시한 고전적 드레스, 목에는 길다란 털 숄을 둘렀다. 머리는 말아 올리고 몸에는 펄까지 발라 그야말로 번쩍번쩍.

아아아~ 아아아~ 허밍을 넣으며 팔을 쭈욱 뻗는 버거자매. 제스처와 몸을 조금씩 살랑거리는 율동이 마치 7,80년대 자매그룹을 보는 것처럼 촌스럽기 그지없다. 무대 뒤에 서 있는 '뻘쭘한' 표정의 악단이나 물결무늬 손짓으로 화답하는 관객의 모습 역시 촌스럽긴 마찬가지.

이때 파고드는 송재익 캐스터의 능청스러운 콘서트 중계. '한국을 대표하는 버거자매 참 아름답죠? 마치 우아한 장미 세 송이를 보는거 같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으니 "버어거~"다. 빨간 셔츠를 입은 '조폭' 분위기의 사나이가 관객들 틈에서 버거행상을 하는 소리다. 이 상황을 본 송재익 캐스터가 특유의 말투로 "웬 버어거?"를 토해낸다.

나름대로 우아하게 콘서트를 진행 중이던 버거자매. 아아 역시 본성은 숨길 수 없는 것일까. 버거라는 소리에 갑자기 좋아라 막춤을 추기 시작하던 자매는 쿵짝거리며 뒤로 한바퀴 돌면서 신나게 망가진다. 이 때의 송재익 캐스터의 멘트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아 버거 앞에선 무너지는군요."

햐아. 송재익 캐스터의 말투를 그대로 전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버거자매들이 언제 망가질지 기대하고 있던 시청자는 시치미 뚝 뗀 송재익의 뻔뻔한 멘트 '우아한 세 송이 장미'라는 표현에서 웃음이 터지고 말 것이다.

송재익의 중계 멘트는 '어록'으로 떠돌 만큼 사람들에게 회자된 바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98프랑스 월드컵 예선 한일전에서 나왔다. "홍명보 없는 한국팀은 막대기 없는 걸레예요." 황선홍한테 이민성이 떨구어준 아주 좋은 센터링을 표현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아~~ 마치 며느리 시아버지께 밥상 들여가듯 말이죠. 잘 넣어줬군요." 오죽하면 축구는 져도 송재익과 신문선의 중계는 살아 남는다고 했을까.

양미라도 그에 못지 않다. '이쁜이과'보다는 '못난이과'에 가까운 양미라는 왕방울처럼 큰 눈을 더 크게 만든다. 큼지막한 입을 한껏 벌리며 천연덕스럽게 웃을 때는 꼭 외계소녀 같다. 그렇지만 특이한 외모를 희화해 자조적으로 써먹지 않고 당당한 분위기로 연출하는 매력이 그에겐 있다.

양미라와 송재익, 두 사람은 모두 나름대로 스타일리스트의 이미지를 풍기는 사람들이다. 양미라가 못난이과에 속하면서도 코믹하지만 당당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면 송재익은 반듯한 아나운서이면서도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코멘트를 구사한다.

스포츠 문화와 복고풍의 촌스러움이 어우러진 롯데리아 광고.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친근하고 그 바닥에 깔린 정서는 한국적이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 양미라와 송재익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내내 이어지길!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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