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캠페인]작은 정성이 큰 나눔의 시작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50분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

아름다운 재단에는 종종 보낸 이의 마음이 담긴 진귀한 선물들이 도착한다. 자신이 어려울수록 이웃과 나누겠다는 뜻을 담은 이 선물들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져 나눔의 릴레이가 벌어진다.

울산에 사는 박음전(朴音全·42)씨는 이달초 거리에서 커피행상을 해 번 돈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달라”며 멸치 한 상자를 보내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경 재단 사무실에 전화 한통화가 걸려왔다. 경기 양평군 강하면에서 농사를 짓는 박영준(朴永俊·47)씨가 “1% 나눔운동에 직접 수확한 쌀을 내도 되느냐”고 물어온 것. 그 뒤 연락이 끊겼다가 금년 1월5일 재단사무실에 발송자 이름만 덜렁 적힌 쌀포대가 배달됐다. 반가마(40kg)분량. 재단의 담당자가 상담일지를 뒤적여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하자 박씨는 “어떻게 알고 연락했느냐”고 펄쩍 뛰었다. 익명으로 기부할 생각이었던 것.

한때 실직자였고 지금은 아파트 경비를 하면서 농사를 지어 여섯식구를 부양한다는 그는 “쌀은 누구나 먹으니 노인들이건 굶는 사람들이건 누구에게나 보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재단은 ‘콩 한쪽이라도 이웃과 나누겠다’는 이들의 마음을 기려 작은 액수지만 따로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하여 실직자를 위한 ‘멸치 한 상자 기금’이 그것. 종자돈은 바로 멸치 한 상자와 쌀 반가마를 판 돈.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는다. 마침 나눔의 가게에 참여하겠다고 연락해온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평창시골밥상의 주인 최숙자(崔淑子·46)씨가 그 얘기를 듣고는 그 쌀을 사서 설연휴 3일 동안 노숙자와 실직자,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무료로 떡국을 대접하겠다고 나섰다. 최씨는 요즘 동네 벼룩시장에 광고를 내고 슈퍼에 전단을 붙이는 등 지역에 사는 실직자들을 초청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노점상 박음전씨의 나눔의 정신은 중증장애인 한윤학(韓潤學·46)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혼자 생활하며 반신을 쓰지 못하는 그는 유일한 수입원인 정부의 생계급여 20만1000원의 1%를 매달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연락해왔다. “내 삶 자체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더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설명이다.

서울 양천구 신월3동의 버스운전사 서후원(徐後源·44)씨는 “나도 어렵지만 둘러보면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고 수입1% 후원사업에 동참했다.

낮에는 대학교에서 서무로 일하며 올해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한 충북 충주시의 조한신(趙韓新·20)씨는 올해 충주대에 입학한 기념으로 매월 3만원씩을 내겠다고 연락해왔다.

경북 안동시에서는 환경미화원이 급여의 1%를 이웃과 나누겠다고 신청했고 한 구두닦이 아저씨는 “한달에 버는 돈이 100만원인데 그중 1만원만 내도 되느냐”고 전화해왔다.

부산의 택시운전사 박판용(朴判用·54)씨는 수입의 1%에다가 손님들이 내릴 때 안 받는 거스름돈을 모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화재보험 교육담당 설계사인 손순자(孫純子·42)씨는 급여 1% 나눔에 동참한데서 더 나아가 재단의 홍보역을 자청하고 나섰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만큼 1% 운동의 취지를 고객에게 많이 알리겠다”는 얘기다. 나눔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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