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이책]사이버공간에 또다른 내가 있다

  • 입력 2001년 1월 8일 09시 50분


◇사이버공간에 또다른 내가 있다

황상민 지음/ 337쪽/ 1만900원/ 김영사

사이버 가수 다테 교코와 아담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청소년들은 왜 그토록 네트워크 게임이나 채팅에 몰입하는 걸까. 사이버공간에 관한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선 경영학, 언론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서 사이버공간에 대한 연구가 밀도있게 진행되어 왔지만 사이버 행동이나 구조에 관한 미시적 분석은 심리학의 기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제 황상민 교수 덕분에 그 공백이 얼마간 메꾸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사이버공간에 관한 참신하고 강력한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의 독창성은 무엇보다 접근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철저하게 ‘놀이’의 관점에서 사용자의 심리와 욕구를 중심으로 사이버공간의 코드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눈에 사이버공간은 현실공간의 자기 모습과는 다른 자기를 만들고 표현하려는 욕구가 분출되는 세계이다. 그는 네트워크 게임은 물론이고 채팅, 전자게시판, 개인 홈페이지, 나아가 전자상거래까지도 ‘역할 놀이(role play)’로 해석한다.

독자들은 아바타(avatar·사이버 공간 상의 자아)가 네티즌들의 자기 변신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으나 사이버 가수는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란 다름아닌 가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사이버 놀이의 대본이라는 해석에 이르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또한 독자들은 ‘동조 행동’ ‘집단 사고’ ‘집단 극화’와 같은 개념의 유용성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이 책은 부드럽고 평이한 문체로 쓰여져 있을 뿐 아니라 매 장마다 풍부한 참고자료가 더해져 일반인들도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학술적 가치가 적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놀이론은 적지 않은 논쟁을 수반하겠지만 머지않아 사이버공간에 관한 유력한 이론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공간에 관한 어느 분야의 연구자라도 이 저술에 담긴 주장에 동의하거나 반대할 수는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인터넷 비즈니스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쏟아지는 투자에 올라 앉아 과학을 조롱한 오만의 끝자락이 오늘의 상황이라면 지나친 폄하일까.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성찰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때마침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윤 영 민(한양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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