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반쪽이><비빔툰2>"이 만화 우리 집이랑 똑같네"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33분


‘평범한 가정의 일상에서 건져올린 잔잔한 재미와 웃음.’

최정현씨의 만화 ‘하예린이 꿈꾸는 학교, 반쪽이가 그린 세상’과 홍승우씨의 ‘비빔툰2’는 책장을 잡는 순간부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30∼40대 초반 가정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은 이 만화들을 보다 보면 ‘그래 맞아, 우리 집도 똑같은데…’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반쪽이’로 잘 알려진 최씨의 만화는 첫작품 ‘반쪽이의 육아일기’에 이어지는 연작. 이제는 벌써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하예린과 부인 변재란씨의 얘기가 전편과 마찬가지로 가감없이 전달된다.

‘하예린이…’는 남들이 자녀에게 ‘공부, 공부’를 외칠 때 “저러면 안되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딸의 시험 점수를 받아들고는 야단치는 부모임을 고백하기도 하고, 문구 전시회장에서 한 개씩만 가져가라는 기념품을 잔뜩 갖고 나오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자녀의 눈초리에 고개를 못드는 못난 어른임을 반성하기도 한다. 머리 속의 이상과 현실의 욕망이 부딪치는 현장에서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좀 더 젊은 가정인 ‘비빔툰2’는 보다 감각적이고 직설적이다.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며 갈등을 빚지만 나름대로의 지혜로 해법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몇 시간째 칭얼대는 아들을 달래느라 극도로 짜증이 난 만삭의 아내. 회사일에 지쳐 돌아온 남편. 이 순간 누가 서로의기분을 풀어줄 것인가.

‘비빔툰2’는 남편에게 제안한다. 우선 집에 들어오자마자 5대5로 머리 가르마를 탄 뒤 이주일 흉내를 내며 아내를 향해 “코…콩나물 팍팍 무쳤냐”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방에 들어간다. 아내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킥킥 웃을 것이다.

이 만화들의 미덕은 솔직함과 나름대로 터득한 삶의 지혜가 우리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형태가 비슷해도 그 내용을 알차게 채워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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