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당진 행담도 개발-보존 논란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39분


《한국도로공사가 충남 당진군 신평면 행담도 일대를 매립해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려 하자당진군과 경기 평택시 주민들은 물론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이 가운데 도로공사는 최근 공유수면 매립을 위해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첨부해 허가부서인 해양수산부에 매립허가를 요청,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 개요〓행담도는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을 잇는 서해대교 밑 아산만에 있는 6만9000평의 섬. 도로공사는 2470억원을 들여 행담도와 주변 개펄 10만5000평을 매립해 17만4000평 규모의 해양복합 관광휴게시설을 건립중이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지상 3층의 휴게소와 1700여면의 주차장 등 서해고속도로 휴게소는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외자유치 조건 내년 착공…해양부에 매립허가 요청▼

도로공사는 해양수산부로부터 매립허가를 받아 내년 6월경 공사를 시작해 2004년까지 호텔, 해양생태공원, 수족관, 전망타워, 모험놀이시설 등을 갖춘 국제적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본금의 71%와 공사비 전액을 싱가포르 이콘(Econ)사가 투자하는 조건으로 현대건설과 합작해 행담도개발㈜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중이다.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경기 평택시 주민들은 최근 ‘행담도 개펄매립 결사반대 범 평택시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행담도 개발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유수의 폭이 좁아져 장마철 평택호와 삽교호의 물이 한꺼번에 방류될 경우 평택평야와 충남 아산시의 침수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충남 당진환경운동연합 김병빈 사무국장(36)은 “행담도 주변은 아산만 86㎞의 개펄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육상오염원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곳마저 사라질 경우 호텔, 놀이시설, 오락 유흥시설 등에서 쏟아져 나올 쓰레기와 오폐수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90년대 초만 해도 흑꼬리도요새와 물떼새 등 2만여 마리가 서식할 정도의 철새 도래지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사업개발부장 김정근(金正根)씨는 “환경단체가 반대해온 골프장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고 식물원, 나비, 파충류공원 등이 들어가도록 했고 자체 컴퓨터 모형실험 결과 유속증가나 수위상승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립 예정지 대부분이 자갈과 암반지형이고 일부 개펄은 해양생태공원을 조성하여 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환경친화적인 운영으로 해양오염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民 "장마철 주변 침수피해" 대책위 구성 개발철회 운동▼

▽해양수산부〓매립 허가권을 갖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올 8월 ‘연안통합 관리계획’을 발표하고 매립이나 파괴는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정책국 연안계획과 정동기(丁同起)씨는 “아산만은 연안오염원 관리지역이고 특별관리해역 지정대상 지역으로 개발이 자제돼야 하지만 무조건 개발을 막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외자유치 문제를 비롯해 해양환경보전과 수자원보호, 항만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허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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