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마주보기]「X-파일」,베트남戰 사망처리 복수극

  • 입력 1997년 6월 2일 08시 26분


정부가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것으로 공식발표한다. 가족의 슬픔은 상상하기 쉽지만 더 큰 문제는 「존재의 이유」가 없는 생자(生者)의 아픔. 「X파일」은 베트남전 포로의 존재를 부인하는 미국정부의 정책 때문에 두번 죽는 참전 용사의 비극을 추리형식으로 극화했다. 사건은 장성 두 사람이 차례로 살해된 현장에서 범인이 투명인간처럼 유유히 사라지는데서 시작한다. 사건을 추적하던 FBI 수사관 멀더와 스컬리는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를 헌정하는 행사장에서 얻는다. 「라이트 핸드」라는 민병대에 혐의가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 멀더와 스컬리는 이 조직의 리더 마컴을 찾아가 티거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답변을 듣는다. 티거는 전쟁 포로로 잡혀 있다가 2년전 「라이트 핸드」에 의해 구출된 인물.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죽은 자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 남아 있는 전쟁 포로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한 뒤 아예 티거를 사망자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죽은 채로」 살고 있는 티거는 마침내 사망 확인서에 서명한 고위 장성들에게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이것이 사건의 전모다. 티거는 포로 생활중 베트콩한테 익힌 몸을 숨기는 기술을 이용해 단서를 남기지 않지만 결국 총격을 받아 죽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여전히 티거의 존재를 부정하며 그의 죽음을 타인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죽어서도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한 티거. 권력은 이처럼 쉽게 한 인간을 유린할 수도 있다. 〈허 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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