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마주보기]KBS 「TV조선왕조실록」

  • 입력 1997년 5월 20일 08시 52분


조선 역사에서 세종만큼 빛나는 군주는 없다. 성군 세종. 그러나 백성 앞에 드러낼 수 없는 내면의 아픔도 적잖았을 것이다. 이번 주 「TV조선왕조실록」에서는 세종의 숨겨진 인간적 고뇌와 불행했던 가족사를 들여다 본다. 역사적 사명, 군왕으로서의 의무 등 유교적 덕목들은 세종에게 끝도 없이 성군이 되기를 강요한다. 셋째아들인 자신이 장자인 양녕대군을 밀어내고 왕이 됐다는 콤플렉스도 그의 고뇌를 한몫 거든다. 세종의 인간적 고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자빈이었던 맏며느리를 둘 씩이나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내쳐야 했던 것.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삶을 추구해온 세종에게는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을 게다. 또 세종의 장인은 옥사에 연루돼 죽음을 당하고 장모와 처가식구들은 노비가 됐다. 이 일은 세종의 아내인 소현왕후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불행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소갈증 안질 풍병 각기 수전증 등 평생 불치의 병마에 시달려야 했다. 세종을 죽기 직전까지 괴롭혔던 것은 세자(문종)의 병약함과 나이어린 세손(단종)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를 이은 적장자가 결국 자신의 둘째아들인 수양대군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 죽는 순간까지도 그것을 염려했다. 그 누구보다 후세에 추앙받는 성군이면서도 인간적으로는 불행했던 왕 세종. 그의 묻혀진 삶을 들여다보는 역사여행이 흥미진진하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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