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영화‘나비효과’…과거를 지우면 현재가 바뀐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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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이론의 바탕이 된 나비효과를 영화에 접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작 ‘나비효과’.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카오스 이론의 바탕이 된 나비효과를 영화에 접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작 ‘나비효과’.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미국의 한 기상학자가 기상관측을 하다 생각해낸 ‘나비효과’는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했다.

영화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는 이 이론을 영화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은 한 인간의 기억이고, 이 기억에 대한 선택 또는 재구성이 자신은 물론 주변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는 설정이다.

유년 시절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 에반(애슈턴 커처). 하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그의 기억 일부는 백지로 남아 있다. 에반은 기억을 찾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꼬박꼬박 일기를 쓴다. 성장하면서 기억이 끊기는 현상도 사라진 그는, 대학생이 된 어느 날 예전에 쓴 일기를 읽다가 시공간 이동의 통로를 발견한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되찾으면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비효과’는 어떤 결과로 마침표를 찍을지 모르는 카오스 이론처럼 ‘본색’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영화다. 처음에는 수준급 반전(反轉)을 지닌 SF스릴러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멜로 영화로 얼굴을 바꿔버린다.

이 작품은 보는 눈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일단 카오스 이론의 영화적 차용에 대해 “내 기억을 바꾼다고 다른 인생이 어떻게 바뀌느냐”며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불편한 영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발한 착상을 받아들이면 영화는 드라마, SF, 멜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별미’를 갖춘 흥미로운 영화가 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두뇌게임보다는 에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의 반전, 시공간이 수시로 바뀌는 치밀한 편집, 시간여행에서 드러나는 매력적인 비주얼에 있다.

에반과 그를 둘러싼 켈리(에이미 스마트), 토미(윌리엄 리 스콧), 레니(엘든 헨슨) 등 네 사람의 인생은 에반의 선택에 따라 TV의 반전 드라마처럼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역전된다.

‘데스티네이션 2’의 각본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에릭 브레스와 매키 그루버가 공동으로 연출했다. 아쉬운 것은 두 사람의 도전이 흥행 때문에 할리우드적 타협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DVD 감독 버전에는 또 다른 결말이 있으니 말이다.

주연을 맡은 커처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열두 명의 웬수들’에 출연했지만 영화보다는 여배우 데미 무어와의 스캔들로 더 잘 알려진 배우다. 비교적 저예산인 1300만달러(약 144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은 1월 미국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에서 1700만달러(약 189억원)로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1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의 영화적 차용에 대해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불편한 영화가 될 수있다.


하지만 이 기발한 착상을 받아들이면 드라마, SF, 멜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별미'를 갖춘 흥미로운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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