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워치]'개그콘서트' 성희롱 개그 봇물 아이들과 보기 민망

  • 입력 2002년 3월 31일 17시 28분


KBS2 ‘개그콘서트’가 성희롱적 주제를 남발해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이 프로는 청소년 시청률 1위, 어린이 시청률 2위(TNS미디어코리아)를 달리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남자 코미디언 황승환이 여장을 하고 출연하는 ‘엽기적인 그녀’ 코너에서는 늘 여성의 신체가 소재가 된다.

다른 남성 출연자들이 그의 가슴을 만지고 억지로 그에게 뽀뽀를 하는 한 편 그의 목젖, 술배를 강조하며 그가 남자임을 상기시킨다.

‘봉숭아 학당’에서는 여장을 한 황마담이 아이에게 젖물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여장하느라 다리 털을 깎아야 한다는 등 성희롱에 가까운 말들이 이어진다. ‘하니’로 출연하는 김지혜는 빈약한 가슴을 늘 개그 소재로 이용한다.

“선생님, 가슴이, 가슴이…, 고속도로에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쩌면 이렇게 걸리는 것 없이 뻗어있는지”

‘맹구’(심현섭)는 가슴에 팬더곰을 그려넣고 다른 출연자가 젖꼭지를 누르자 “만지면 팬더 곰 눈이 충혈된다”고 말하고 ‘이장님’(김준호)는 자기도 여장을 해보고 싶다며 검은 스타킹을 입은 다리를 ‘농염하게’ 걷어 올린다.

이로인해 시청자 게시판에는 차츰 비난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소재가 빈곤해지자 성적 농담으로 만회하려 한다” “예전엔 신선했는데 이제 3류 저질프로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등.

특히 이 프로가 주말 가족시청 시간대(일 밤 8·50)에 편성돼 있다는 점도 성희롱적 요소가 있는 개그에 대한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민씨(37·서울 송파구 송파동)는 “초등학생 자녀가 성희롱적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유를 묻는데 민망해서 혼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기선 책임프로듀서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만을 염두에 두고 프로를 만들 수는 없다. 코미디는 코미디일뿐 윤리적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소재 개발을 제약한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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