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속으로]'브리짓 존스…', 노처녀의 속마음 몰래보는 기분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45분


새해가 되면 늘 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다. 거의 지켜진 적은 없지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 DVD에는 진짜 일기장(?)이 담겨있다. 영화의 원작인 헬렌 필딩의 동명 소설의 일부분이 영어원문 그대로 스페셜피처(부록)로 제공됐다. 아쉽게도 영화 본편 외에는 한글이나 영어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부록 자체가 영국식 영어 공부 교재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성 작가의 작품과 여성감독 샤론 맥과이어의 꼼꼼한 솜씨가 빛나는 영화여서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보면 영화가 훨씬 맛깔스러워진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장처럼 구성한 10여분간의 제작과정에는 상투적인 코미디에서 벗어나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고 고민한 흔적이 잘 드러난다.

가장 영국적인 로맨틱 영화에 왜 미국 여배우 르네 젤웨거를 캐스팅했는지, 30대 독신 여성의 실제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발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심지어 브리짓이 선택한 연인이자 무뚝뚝한 이혼남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는 원작을 보면 바람둥이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에 비해 묘사가 적은 탓에 영국 18세기 대표소설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성격 묘사를 빌려왔다는 뒷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영화 자체의 색감이나 음향도 깔끔한 편.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10㎏이나 늘렸다는 르네 젤웨거나 휴 그랜트의 푼수(?) 연기, 영국 도심과 시골의 묘사가 화사한 영상으로 조화를 이루며 셀린 디옹의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같은 삽입곡도 이야기 전개와 어울려 또렷히 파고 든다. 한마디로 DVD로 본 이 영화는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처럼 ‘유쾌 상쾌 통쾌’하다. 그래서 지난해 흥행에 가장 성공한 영국영화로 기록됐지만.

여기에 감독의 영화해설과 뮤직비디오 2편은 나름대로 소장가치가 있다. 2002년 새해를 맞이해 결혼하기로 굳은 결단을 내린 늦깍이 미혼 남녀분들에게 감히 이 DVD를 권한다. 다만 너무 심각하게 보진 말 것! 콜럼비아트라이스타 28일 출시예정. 2만5000원

김종래·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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