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때려' 주진모 "생명 길고 모진 배우 될래요"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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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스페셜 ‘때려’에서 “더이상 폼잡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주진모. 그는 “연기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너무 오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좋다”고 말한다. 김미옥 기자
SBS 드라마스페셜 ‘때려’에서 “더이상 폼잡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주진모. 그는 “연기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너무 오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좋다”고 말한다. 김미옥 기자
“영화 ‘해피엔드’에서 내 엉덩이가 그렇게 예뻤는지 나도 몰랐어요. 영화에서 보니까 내 엉덩이가 마치 오리 궁둥이 같더라구요. 운동하는 사람들은 엉덩이가 예뻐지나 봐요.”

석고상 ‘아그리파’ 같은 각진 얼굴과 눈부신 몸매. 1999년 영화배우 주진모가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의 상대역으로 나왔을 때 충무로에선 난리가 났었다. 스크린에 모처럼 대어(大魚)가 나타났다고.

인천대 체육학과에 다녔던 주진모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영화배우로 데뷔하고 난 뒤 그의 조각 같은 몸매와 남성미 물씬 풍기는 이미지는 섹스어필하는 데 큰 상품성을 지녔다. 그러나 그는 이제 “조각상 같은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 틀을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친다.

SBS 드라마스페셜 ‘때려’(수목 오후 9·55)에서 여성복서 신민아의 권투 코치로 출연하고 있는 주진모를 23일 만났다. 편안한 스포츠 룩을 입고 나온 주진모에게선 한결 가벼워진 불량스러움이 감지됐다. 미술관에서 조각상처럼 앉아 있던 배우가 옆집 총각이 돼 돌아온 느낌이랄까.

“더 이상 ‘몸’으로 눈요기나 사는 배우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한참 늙을 때까지 길고 모질게 배우할 거거든요. ‘해피엔드’가 영화관에 걸려있을 때 부모님 집에도 못 들어갔어요. 엄마 친목계 회원들이 집에 오는 경우 더더욱 그랬어요.”

주진모는 영화 ‘와니와 준하’ 촬영을 마친 후 2년간 공백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동안의 ‘조각상 같은 이미지’를 전부 버리기로 했다. SBS 드라마 ‘때려’에서 주진모는 낮에는 권투 코치지만, 밤에는 말 한 마디로 30초안에 손님을 나이트클럽으로 유인하는 ‘삐끼’(호객꾼)로 변신한다. 연출을 하는 이현직PD도 주진모가 멋있게 나온 장면은 모두 버리고, 찌그러지고 웃기고 황당하게 촬영된 장면만 잡아내 그의 연기 변신을 돕고 있다.

이런 노력 덕택일까. 탤런트 김래원이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 비로소 나이에 걸 맞는 자유분방한 청년의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주진모의 연기에도 비로소 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주진모도 “그동안 20대 후반 이상의 여성들이 주요 팬이었는데, 요즘에는 초중고생 팬들도 많아졌다”고 자랑한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주진모의 상대역을 한 여배우들은 전도연(해피엔드), 김희선(와니와 준하), 장쯔이(무사) 등 손꼽히는 미녀 배우들. 그에게 각각의 인상을 물었다.

“도연씨는 배우로서 내가 배워야할 것이 많은 큰 선생님이었지요. 희선씨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스타로서 철저한 계산아래 대중 앞에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요. 장쯔이는 NG 한번 없이 필름 한 롤을 다 찍을 정도로 머리가 좋고, 감성도 풍부한 배우였어요. 중국 감독들이 왜 이 배우를 찾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주진모는 ‘때려’ 촬영을 위해 3개월간 복싱을 배웠다. 그는 “복싱을 한 후 1주일만에 5kg이 빠질 정도로 복싱은 다이어트에 최고인 운동”이라며 “요즘 권투체육관을 가보면 남녀 비율이 6대4로 권투장을 다이어트를 위한 ‘헬스센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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