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영화 '스쿨 오브 락'…뚱보와 록 음악의 공통점?

  • 입력 2004년 2월 17일 2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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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다는 이유로 록 밴드에서 쫓겨난 주인공이 학생들과 기상천외의 록 밴드를 만든다는 내용의 영화 ‘스쿨 오브 락’. 사진제공 UIP
뚱뚱하다는 이유로 록 밴드에서 쫓겨난 주인공이 학생들과 기상천외의 록 밴드를 만든다는 내용의 영화 ‘스쿨 오브 락’. 사진제공 UIP

록 밴드 단원인 듀이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밴드에서 쫓겨난다. 친구 네드의 집에 빌붙어 살다 돈이 궁해진 그는 네드의 이름을 사칭해 한 사립초등학교의 대리교사로 취직한다. 듀이는 시간 때울 궁리만 하던 중 아이들이 클래식기타와 피아노, 첼로, 심벌즈 등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과 록 밴드를 결성한다. 그는 멀린스 교장의 눈을 피해 록의 저항정신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가르친다. 밴드는 록 콘테스트에 출전한다.

‘뚱뚱한 사람’과 록(Rock) 음악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주류사회에서 밀려난 마이너리티라는 점이다. 로커인데다 뚱뚱하기까지 한 듀이는 소수 정서와 이미지를 담아내는 유쾌한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을 보기 전엔 하나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 ‘비포 선 라이즈’의 리차드 링크레이터 감독이 연출한 이 코미디 속에 담긴 ‘코드’는 이 영화의 포스터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줄거리(텍스트)로 읽으면 ‘얇고’, 맥락(콘텍스트)으로 읽으면 제법 ‘깊다’. 그리고 어떻게 보든 재밌다.

‘스쿨 오브 락’에는 마이너리티의 어두운 모습들이 다양하게 ‘코드화’ 되어 록이라는 신나는 놀이문화 속에 숨어 있다. 록 밴드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뚱뚱하거나, 흑인 황인종 등 유색인종이거나,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거나, 잘난 체만 한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는 ‘왕따’의 대상들이다. 심지어 록 밴드의 의상 담당을 자처하는 가녀린 목소리의 남학생은 ‘게이’의 표상이다. 얼핏 모범생처럼 비쳐지는 이들의 정체는 사이비 교사 듀이와 똑같이 상처 받은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듀이는 아이들과 함께 “꺼져 꺼져”라는 노랫말을 외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사회적 소수를 포용하라’는 덕목에 가까운 메시지를 주류사회에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듀이가 주장하는 ‘일탈 정서’를 담아내는 문법은 관객의 입술에 정확히 입맞춤하는 할리우드 ‘학교 영화’ 공식, 즉 ‘40%의 웃음과 40%의 감동, 그리고 20%의 퍼포먼스’라는 황금비율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듀이가 “록에는 이유도 목적도 없어”라는 노랫말로 아이들의 일탈심리를 콕콕 찌르면서도 “로커와 양아치는 다르다”며 분명한 선을 긋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순도 100%의 판타지다. 그러나 캐스팅에는 리얼리티의 얼굴이 있다. 듀이 역의 잭 블랙은 실제로도 록 밴드의 리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다. 그는 판에 박힌 듯한 내러티브를 강한 에너지로 비틀고 변주한다. 전작(前作)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단지 ‘몸’으로 코미디를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관객은 그 몸 뒤에 숨어있는 정신세계(때로는 너무 편협해 보여 우스꽝스러울지라도)를 읽는다. 아역 배우들도 미국 각지에서 노래와 연주 오디션을 통해 뽑은 ‘배우 아닌 배우’들이다.

27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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