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구루'…美상류층의 영적 세계 집착 꼬집어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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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와 인도 ‘발리우드’가 흥겹게 결합한 로맨틱 코미디 ‘구루.’ 사진제공 프리비전
미국 할리우드와 인도 ‘발리우드’가 흥겹게 결합한 로맨틱 코미디 ‘구루.’ 사진제공 프리비전
영화 ‘구루’(Guru·힌두교의 정신적 지도자)는 햄버거와 카레 맛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유니버설 픽처스’의 자본과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 등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제작으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의 노하우, ‘발리우드’(Bollywood)로 불리는 인도 영화의 ‘마살라(masala)’ 장르가 혼합돼 있다.

발리우드는 인도 영화의 중심지 뭄바이의 옛 이름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를 합성한 말. 마살라는 드라마 액션 코미디에 춤과 노래가 있는 뮤지컬 형식을 더한 인도 영화의 독특한 장르다.

이 작품은 인도 청년의 아메리칸 드림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춤추는 무뚜’ ‘발리우드 할리우드’ 등 이른바 할리우드와 발리우드가 결합된 작품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웃음과 멜로 라인에서 훨씬 더 햄버거 맛이 강해졌다.

인도의 댄스 강사 라무(지미 미스트리)는 부푼 꿈을 안고 미국 뉴욕에 도착하지만 식당종원업이 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손님들의 모욕과 초라한 다락방 뿐이다. 이국적 외모라는 이유로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게 된 그는 NG를 연발하다 같이 출연한 여배우 샤로나(헤더 그레이엄)의 도움으로 간신히 촬영을 마친다.

이 작품이 주는 웃음은 인도로 상징되는 영적 세계에 대한 미국 상류층의 집착과 맹목에 대한 풍자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 라무는 샤로나의 섹스 강의를 밑천 삼아 상류층 인사들에게 섹스를 통해 정신을 치료하는 ‘섹스 전도사’로 행세한다. 포르노 여배우가 수치심을 이겨내기 위해 체득한 몸의 철학이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의 계시로, 식당 종업원으로 모욕을 받던 인도 청년은 영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독설보다는 가벼운 야유에 라무와 샤로나의 사랑만들기를 담아 오락영화다운 재미를 보여준다.

‘부기 나이트’ ‘오스틴 파워2’에 출연했던 헤더 그레이엄은 성적 매력과 천진함이 어우러진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30일 개봉. 18세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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