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KBS ‘일요스페셜’, 우리꽃 해외유출 실태 소개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8시 39분


10일 밤 방영된 KBS1 ‘일요스페셜’의 ‘꽃의 전쟁―해외로 나간 우리 들꽃편’은 특이한 소재로 TV 다큐멘터리의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우리 꽃이 해외로 유출된 사례는 풍부하게 소개했으나 그 원인 규명과 대처 방안 등이 미진해 다큐 특유의 긴장감이 다소 부족한 것은 흠이었다.

이 프로에서 다룬 소재는 ‘미스 김 라일락’ ‘잉거 비비추’ ‘구상나무 실버 쇼’ 등. 미국에서 인기높은 ‘미스 김 라일락’은 북한산 백운대의 털개회나무가, ‘잉거 비비추’는 홍도의 비비추가 원종(原種). 한국의 자생식물인 이 식물들은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해외로 유출돼 그곳에서 신품종으로 둔갑해버렸다.

세계 꽃시장에서 ‘이게 원래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다가는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국제신품종보호연맹(UPOV)은 원종이 어느 곳에 있든 육종자의 권리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일요스페셜’은 한국의 나무와 꽃이 선진국 식물산업의 전략에 거의 무방비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홍도의 비비추를 개량해 잉거 비비추를 만들어낸 미국의 배리 잉거 교수는 미국 국립수목원의 아시아 식물 담당자. 그는 80년대 중반 4년에 걸쳐 소흑산도 백령도 오대산 설악산 울릉도를 ‘원정’해 보고서를 냈다. 비비추도 그 때 가져 간 것이다.

서해 대청도의 동백나무는 우리 나라 천연기념물 제66호. 미국 필라델피아의 롱우드 가든으로 옮겨져 접붙이기가 시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롱우드 가든측은 추위를 잘 견디는 동백 나무에 눈독을 들였던 것.

‘일요스페셜’은 또 한국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프랑스 파리에서 꽃 전시회를 가진 후 멸종 위기에 있는 23종을 포함해 149종 2만여주를 송두리채 주고 온 어처구니없는 실태를 지적해 경각심을 높였다.

그러나 일요스페셜은 한국 자생 식물이 어떻게 해외로 유출됐는지에 대해 치밀한 설명이 부족해 아쉬웠다. 천연기념물이 해외로 유출될 때 우리 세관에서는 쳐다만 보고 있었을까.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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