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불편 없애자”… 한 공간에 재활치료-입원실… <17>창원시 ‘희연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리동네 착한 병원]

입원실과 재활훈련소가 한 층에 붙어 있는 경남 창원시 희연병원. 재활훈련을 하기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다. 창원=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입원실과 재활훈련소가 한 층에 붙어 있는 경남 창원시 희연병원. 재활훈련을 하기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다. 창원=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노인들에게 재활은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뇌졸중, 뇌출혈 등으로 사지에 마비가 왔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재활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다. 이처럼 초기 치료가 중요한 중증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돌보는 병원이 있다. ‘기쁜 인연’이라는 뜻을 가진 경남 창원시의 ‘희연병원’이다. 이 병원은 재활치료 공간과 요양원을 갖춘 562병상 규모의 노인 만성중증환자 전문치료기관이다.

○ 한 공간에 입원실과 재활치료실

8월 28일 오전 병원 6층 입원실 앞은 점심시간 전 짬을 내 재활치료를 받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7월 혈관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져 입원한 정옥섭 할머니(73)는 “이 병원에 오기 전 다른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했는데, 재활훈련을 하려면 멀리 이동해야 해서 불편했다”며 “이곳은 재활훈련 장소 이용이 편리하고 그래서 회복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입원실과 분리된 병동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재활치료 공간과 입원실이 한 층에 붙어 있다. 중심부에 재활치료 공간이 있고, 양쪽으로 입원실이 배치된 구조다.

병원 측은 이런 재활훈련시스템이 환자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환자들은 입원실 안에서도 다른 환자들이 재활훈련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도 저렇게 낫고 싶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재활에 성공했는데 나라고 못 할까?’ 등의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 스케줄 조정에 대한 압박도 없다. 보통 병원에서 재활훈련을 받으려면 훈련실 이용 시간, 치료사 스케줄 등에 맞춰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한 시간이 지나면 한참 대기했다가 훈련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들에겐 큰 불편이다.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렵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약속 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희연병원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입원실 앞 재활치료실에 치료사들이 365일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 훈련하면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재활훈련의 성과는 입원실 복도 한쪽 벽에 게시된다. 환자와 가족들은 각종 운동능력을 측정해 정리한 그래프를 보고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치매환자 맞춤 돌봄시스템


희연병원은 ‘인간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치매환자를 결박하지 않는다. 잠을 안 자고 돌아다니는 치매환자에게 수면제를 투여하지도 않는다. 병원 어디에도 강제잠금장치나 감금시설이 없다. 이렇게 하고도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을까.

환자를 가두지 않는 대신 의료진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꼼꼼하게 파악한다. 가령 ‘A 노인은 오후 10시에 잠들어 오전 2시가 되면 화장실을 들르고, 오전 5시에는 꼭 산책을 한다’는 행동 특성을 파악해 동선을 관리하는 것이다. 환자의 개인사를 메모해 두었다가 ‘과장님’ ‘박사님’ ‘안성댁’ 등 과거에 환자가 불렸던 호칭을 사용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려는 노력도 한다. 잠을 안 자고 돌아다니는 환자에게 수면제를 주는 대신 당직을 서는 간호사가 간단한 놀이를 함께하면서 돌본다.

희연병원의 또 다른 자랑은 욕창관리시스템이다. 욕창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장시간 누워 있을 때 피부의 일부가 곪아 생기는 염증이다. 욕창을 완치하려면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데, 일반 요양병원에서는 만성중증환자에게 욕창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희연병원은 욕창을 의료사고로 여긴다. 환자에게 욕창이 발생하면 담당 의사, 간호사, 치료사 등은 경위서를 작성하고, 징계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2시간마다 한 번씩 환자의 욕창 발생 여부를 검사하고, 식단 조절을 통해 욕창 발생을 막는다.

이 병원을 설립한 김덕진 희연의료법인 이사장은 “1992년 노인전문병원을 개원했다가 수십억 원의 적자를 안고 실패한 뒤, 일본의 요양병원 100여 곳을 견학하며 각 병원의 장점을 살린 희연병원을 열었다”면서 “‘나와 내 부모가 받고 싶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일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기쁜 인연(희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한마디]“365일 치료사 상주… 노인배려 서비스 본받을만”▼

착한 병원 선정위원들은 ‘환자의 삶에 대한 존경’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는 희연병원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중증질환을 앓는 노인을 배려하는 서비스가 병원 곳곳에 담겨 있다는 평이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일부 병원에서 질 저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며 “모든 의료진이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요양병원 질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유 위원은 “재활의 궁극적 목표를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로 설정해 식사, 용변 등 생활동작 속에서도 재활훈련을 유도하는 점이 인상 깊다”며 “노인 한 분 한 분을 내 식구처럼 진료하기 때문에 이런 세심한 치료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장동민 위원은 “일반 병원에서는 명절 등 휴일에는 재활훈련을 쉬는 곳이 많다”며 “희연병원은 365일 언제나 치료가 가능하도록 해 환자가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위원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을 보수나 복지 측면에서 확실하게 대우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원들은 “희연병원의 정신과 서비스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요양병원들이 본받아야 할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우리 동네 착한 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창원=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재활치료#치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