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청춘의 심벌 여드름… 스트레스땐 더 악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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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풋풋하고 순진했던 학창 시절. ‘이마에 난 여드름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마에 솟은 붉은 염증을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며 가슴 설레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갓 스무 살을 넘긴 여성이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고등학생 때는 ‘여드름 대왕’이라고 불려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입사 면접을 앞둔 지금에는 걱정이라 했다. 얼굴 가득 퍼져 있는 여드름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여드름은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흔한 질환이다. 11∼30세의 75%가 경험한다. 털을 만드는 모낭벽 각질이 두꺼워져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면 여드름 균이 증식한다.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고 피부 장벽이 손상된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 담배, 고탄수화물·지방식품, 여성의 생리 주기가 여드름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여드름이 삶의 질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많다. 여드름이 심하면 자칫 우울증,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모에 대한 불만으로 대인기피증, 이성관계, 취직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어설프게 건드리는 건 좋지 않다. 평생 얼굴에 흉터로 남을 수 있다.

분명 여드름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특히 혈기 왕성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탓에 스트레스가 더 크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넘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과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변화한다. 혈액 속의 코르티솔 성분이 늘면 피지가 더 분비된다. 쉽게 말해 여드름→스트레스→여드름 악화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인 치료 외에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부과에서는 환자의 상태나 시기를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항생제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약물 치료와 함께 기구를 이용해 여드름을 짜내기도 한다. 여드름 흉터를 치료하기 위해서 레이저 시술 및 화학박피술 등 특수치료를 활용한다.

사춘기는 외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성격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따라서 청춘의 상징이라고 그냥 내버려둬도 안 되고 마구 짜내서도 안 된다. 의학적으로 보면 여드름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일 뿐이다. 더이상 청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적극적 치료로 벗어나야 할 질병이다.

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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