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푸는 한방 보따리]식후산책이 소화불량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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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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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계절도 좋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행사와 함께 5월의 신부가 되고픈 예비 신부들 덕인지 결혼식도 무척 많아 주말마다 외식에 과식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 소화불량과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생긴다.

한의학에서 소화불량 대처 요령을 알아볼 때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인체 장기가 외부로 보이는 신체 부위와 연결되어 서로 유기적인 반응을 한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비’는 비장을 의미하며 소화기계를 통칭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장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적재적소에 분배하는 일을 주관하여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이르도록 한다. 비장의 기운, 즉 비기가 왕성하면 팔다리를 일컫는 사지 말단까지 충분한 기혈을 공급해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사지 말단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소화기계가 원활히 소통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식후 몇 리를 걷되 외출이 여의치 않으면 제자리걸음이라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하나 얻으려면 팔다리의 수고로움을 대가로 했다. 밥을 지으려 해도 땔나무를 해오고 도끼질을 하고 물을 길어 불을 지피는 등 적당한 노동이 선행했다. 그렇지만 현대의 생활 방식은 정신노동과 매식이 반복되면서 팔다리를 충분히 움직일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육체의 피로는 기를 상하게 하지만 정신의 피로는 기와 혈을 함께 상하게 한다고 했다. 정신적 피로가 인체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또 기일즉체(氣逸則滯)라 하여 너무 게으른 생활을 하면 기혈 순환이 저하되어 각종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백 년 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성생활을 즐기거나 음식과 술을 배부르고 취할 때까지 섭취하고 잠들어 버리는 등 무절제한 생활을 경계한 것이다.

한의학서에서는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문지방이 좀먹지 않는다’ 등과 같은 비유법으로 기혈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두 규칙적인 보행이나 운동 습관이 질병을 예방한다는 뜻이다. 가벼운 소화불량은 걷기만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식후 약간의 산책을 생활화하면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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