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6>영국 런던과학관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0분


입장은 무료… 기업후원-쇼핑몰 수익으로 운영

성인과학카페선 사회적 이슈 놓고 열띤 토론

런던과학관에서는 커플을 여럿 볼 수 있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 땀을 뻘뻘 흘리며 발전기를 돌리는 부녀, 과학역사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천천히 걷는 노부부…. 영국인이 여가 시간에 즐겨 찾는 장소가 박물관이나 과학관이다 보니 관람객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로라 싱글턴 런던과학관 홍보담당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8년 전 영국 대부분의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에서 입장료를 폐지했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관람객에게 좋은 전시를 선보이려면 전시물을 빌리거나 구입할 돈이 필요하고, 그 전시가 과학관 수익에도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과학관은 여러 재단의 후원과 상품 판매에서 답을 찾았다.

○ 기업과 재단의 후원이 운영에 큰 기여

런던과학관의 전시는 대부분 기업이나 재단의 후원을 받는다. 에너지에 대한 전시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BP’, 플라스틱에 대한 전시는 환경 관련 재단인 ‘시타(SITA)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는 식이다.

심지어 과학관 가장 안쪽에 있는 ‘웰컴 윙’이란 건물은 영국에서 가장 많은 기금을 운영하는 ‘웰컴 트러스트’ 재단과 BBC, 인텔 같은 기업의 도움으로 지어지기도 했다. 웰컴 윙은 막대한 후원을 받은 만큼 첨단 전시가 즐비하다. 런던과학관이 자랑하는 전시인 ‘안테나’는 BBC가 참여해 논란이 되는 과학 이슈를 첨단 방송장비를 활용해 소개한다. 또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장치와 3D입체영화관도 웰컴 윙에 있다.

후원을 받아 전시를 기획할 때의 문제점은 없을까. 런던과학관에서 근무하다 바로 옆의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긴 알렉산드라 그라피킨 큐레이터는 “석유회사인 ‘셸 오일’의 후원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전시는 무리겠지만 후원단체는 대부분 전시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할 때 한쪽의 논리만 전달하기보다 관람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양측의 내용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 전시관과 구분 안 되는 쇼핑몰

런던과학관이 운영하는 쇼핑몰도 수익에 한몫한다. 런던과학관은 자체적으로 ‘ScienceMuseum’이란 브랜드를 내걸고 과학교구나 과학완구를 판매한다. 런던과학관 관계자는 “연간 운영비의 5% 안팎인 100억 원 정도를 판매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쇼핑몰 운영의 묘는 전시와 상품판매를 하나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관람객은 전시를 관람한 뒤 관련 내용을 책으로 보거나 관련 제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구매 욕구가 생긴다. 런던과학관은 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그 전시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은 전문서적과 전시의 과학이론을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을 준비한다. 쇼핑몰의 상품도 전시물 못지않게 흥미롭다.

런던과학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형 과학놀이터인 ‘런치패드’도 50분마다 문을 닫아 관람객에게 동명의 과학교구를 사도록 유도한다. 또 전시를 기획할 때부터 전시물과 상품을 하나로 묶는다. 다른 과학관에서 런던과학관의 전시 콘텐츠를 대여할 때 상품도 함께 가져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입장과 관람은 무료로 하는 대신 관련 제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방식은 성인을 위한 과학 카페인 다나(DANA)센터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런던과학관이 집중 투자하는 이곳에서는 관람객이 과학을 주제로 다양한 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사회적 이슈와 주류, 음식을 제공한다. 사회적 이슈와 토론을 이끌어 나가는 저명인사는 무료지만 주류와 음식은 돈을 받는다.

제임스 벨 다나센터 관계자는 “런던과학관의 경쟁 상대는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니다”라며 “축구장, 백화점, 카페가 우리 경쟁 상대”라고 강조했다.

런던=전동혁 동아사이언스기자 jermes@donga.com

●런던과학관은

현재 위치 개관: 1928년

건물 면적: 6만800m²

전체 전시물: 25만 점

직원: 약 500명

연 방문객: 270만4000명

교통편: 런던 사우스켄싱턴 지하철역과 연결

▼과학놀이터 ‘런치패드’직접 참여할수 있어요▼

런던과학관을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다음부터는 3층부터 관람한다. 피곤함을 느끼기 전에 과학놀이터인 ‘런치패드(Launch Pad)’에서 뛰어놀기 위해서다. 런치패드에는 도르래나 수레바퀴로 쌀을 퍼 옮기는 대형 기계, 프리즘과 거울을 이용해 빛의 색과 진로를 바꾸는 장치, 센서나 코일 등 간단한 부품으로 생활 속 전기회로를 만드는 공작소가 있다. ‘디벨로퍼(developer)’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은 과학원리를 이용해 더 재미있게 노는 법을 알려준다. 런치패드는 나이, 성별, 문화에 구애받지 않는 게임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닌텐도사의 후원으로 지난해 개장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 기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