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다리 아파 잠 못드는 어머니

  • 입력 2008년 7월 14일 03시 01분


어머니는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다리가 불편하셔서 잠을 잘 못 이루셨다. 어머니는 자주 다리를 두드리셨고, 내가 주물러 드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누워서 잠을 청하다가 “다리가 아프다”며 일어나서 돌아다니시기도 하셨다. 정형외과에서 X선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내가 어머니의 증상이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의대 3학년 수업시간 때 수면장애에 대해 배우고 난 뒤였다. 하지불안증후군과 어머니의 증상은 일치했다.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신 어머니는 증상이 좋아져서 밤에 편히 주무실 수 있게 됐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많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이 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1940년대 중반 스웨덴의 칼 에크봄이라는 의사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이후 진단기준이 확립됐고 검사와 치료방법도 발전했다.

이 병에 걸리면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편감을 느낀다. 가만히 있으면 더욱 심해지고 움직이면 나아진다.

쉬려고 할 때, 자려고 누웠을 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쉰다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꾸 깨어나게 된다. 그로 인해 다음 날 피곤하고 탈진감을 느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이름 때문에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팔, 어깨, 등, 몸통 등 신체 어느 곳이나 나타날 수 있다.

50대 이후에 흔하지만 5세 전후의 어린이에게도 나타난다. 유전적 요인이 크며 철분 부족과 관련이 있어서 임신한 여성에게서 잘 나타난다. 허리를 다쳤거나 당뇨가 있는 환자도 잘 걸린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비교적 흔한 수면장애이지만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증상을 알아채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비슷한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걷기, 자전거타기 등 적당한 운동을 하고 더운 물수건으로 아픈 부위를 찜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홍범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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