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메디컬 다이어리/한국 의료체계 개선방향…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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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체계 개선방향 유럽식인가 미국식인가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와 보건시민단체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조항들이 많다”며 해당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실련이 참여한 의료연대회의는 “의료법 개정안 가운데 ‘의료기관의 영리화 허용’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의사협회는 의료법 중 △투약이 빠진 의료행위 정의 △간호 진단 명시 △표준의료지침 등을 주로 문제 삼는다. 의협의 문제제기는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환자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진단하는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것이 환자의 이익에 가장 부합된다. 간호 진단과 의료 진단의 구분은 아직 모호하다. 또 표준의료지침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의료인마다 노하우가 다른데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하지만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을 만들 때 당사자로 참여했다. 그때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가 뒤늦게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료법 개정에 앞서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한국의 기본 의료체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다.

국민은 현행 의료체계처럼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금지하고 의료비를 건강보험수가로 통제할지(유럽식), 아니면 의료기관 영리화를 허용해 무한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진료비 자유화도 인정할지(미국식) 선택해야 한다. 현재 의료법 개정 논란은 이 부분이 빠졌다.

많은 사람이 2시간 기다렸다가 5분도 안 되는 진료를 받을 때의 허탈감, 아이가 아파 응급실에 갔지만 병상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릴 때의 분노, 가족이 아파 입원해야 하는데 입원실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반대로 의료계 종사자도 넘치는 환자들로 인해 밥 먹을 시간조차 없고, 사람에 대한 치료비가 개 치료비보다도 못하고, 위험하고 힘든 대학병원 산부인과나 흉부외과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정원이 미달되고, 수억 원대의 의료소송을 걱정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정부 일부 부처는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걱정한다. 일부 의료보호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과다하게 이용한다며 그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까지 했다. 또 국민이 해외 의료기관에 치료비로 지출한 달러가 급증하자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주장한다.

정부가 먼저 미래를 제대로 읽고 한국 의료체계의 방향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의료기관에만 건강보험수가 체계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의료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조만간 의료법은 또다시 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이 또 한 번의 누더기 의료법을 만드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신헌준 변호사 j00n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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