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난청에 ‘귓속형 vs 개방형’… 사람마다 꼭 맞는 보청기 따로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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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이비인후과
노인성 난청 특성 다양, 폐쇄감에 대한 예민도-
청각 기능감소 정도 등… 개인차이 심해 처방 중요

김성근 원장이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는 환자의 귀를 진찰하고 있다. 김성근 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원장이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는 환자의 귀를 진찰하고 있다. 김성근 이비인후과 제공
국내 대부분의 보청기는 디지털 보청기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보청기의 기술발달을 살펴보면 크게 세 분야로 나눈다.

첫째는 음질, 특히 말소리의 명료함을 높이는 기술의 발전, 둘째는 주변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의 발전, 셋째는 착용감 및 사용편이를 고려한 기술의 발전이다.

음질, 특히 말소리의 명료도를 높이는 기술을 보면 △소리를 음색에 따라 잘게 나누어 조절하는 기술 △작은 소리와 큰소리를 편안히 모두 들을 수 있게 하는 기술 등이 있다.

또 주변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은 △소리의 방향에 따라 들리는 소리를 잡아주고 걸러주는 방향성 마이크의 기술 △보청기 스스로 소음을 인지해 소음을 축소하고 말소리는 더 잘 들리게 하는 기술 △선택적인 소리만을 들을 수 있게 한 기술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착용감 및 사용편이를 고려한 기술로는 △개방형 보청기 개발 기술 △보청기 착용 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삐익삑 하는 소리(하우링)를 제거하는 기술 등이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보청기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국내에 수입된 다양한 외국 제품은 대부분 이러한 기술들이 탑재돼 있으나 회사마다 기술 분야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귓속형 보청기는 눈에 띄지는 않는 장점이 있지만 보청기가 귀를 막아서 소리의 울림을 심하게 한다. 흔히 보청기를 착용하고 스스로 말하는 소리가 너무 울려서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노인성 난청인 경우 보청기 착용으로 귀를 꽉 막게 되면 폐쇄현상을 일으켜 울림의 정도가 심해짐으로써 오히려 보청기 착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울림을 해결하기 위해 개방형 보청기를 처방하는데 이때는 소리를 잡아주는 마이크가 귓속형 보청기처럼 귓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귓바퀴 뒤에 위치하는 것이 단점이다. 즉, 소리를 모아주는 기능의 귓바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경우 소음감소 기능은 귓속형 보청기에 비해 미약하다.

일반적으로 내이(內耳)의 달팽이관 속 청각감각세포나 청각신경,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부위에 이상이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말소리를 주변 소음에 대비시켜 정교하게 걸러서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도 떨어진다. 그래서 감각신경성 난청의 노인성 난청이 오면 주변 소음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노인성 난청을 호소하는 76세 이모 씨의 예를 보자. 이 씨는 3년 전 노인성 난청 진단을 받고 당시 귓속형 보청기를 오른쪽에 착용했으나 착용 직후부터 소리가 울려서 고생하다가 1년 뒤 어느 정도 적응했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고 특히 주변이 시끄러울 땐 오히려 더 불편했다. 그러다가 1년 전 양측 개방형 보청기로 바꿔 착용했으나 그전보다 더 소리가 명료하지 못하고 주변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렸다.

김성근 이비인후과에서 이 씨의 청력을 검사한 결과 전형적인 노인성 난청이었다. 말소리는 들리나 무슨 말인지 깨끗하게 들리지 않고 대화 시 주변 소음에 유난히 영향을 많이 받으며 보청기 착용 시 소리울림에 대한 예민도가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가 처음 귓속형 보청기 한쪽을 착용했지만 한쪽 귀를 막음으로써 생기는 소리울림이나 주변의 소음에 대한 영향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이후에 개방형 보청기를 양쪽에 착용했지만 귓바퀴의 생리적인 소리모음 효과를 이용할 수가 없어서 소리울림은 어느 정도 해결했을지라도 오히려 소음이 더 들려서 불편을 겪은 셈이다.

이 씨를 위해 우선 양측 귓속형 보청기를 처방했다. 소리울림을 해결하기 위해 보청기 모양을 더 작고 귓속 깊이 들어가도록 했다. 동시에 귀를 막아서 오는 폐쇄감을 없애기 위해 보청기 속에 구멍을 만들어 외부와 통하는 환기관을 최대한 크게 만들도록 제작을 의뢰했다.

이러한 귓속형 보청기를 사용하자 귓바퀴의 생리적인 소리 모음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양쪽 귀에 착용함으로써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또렷한 말소리를 되찾게 됐다.

보청기 모양에 대해 올바르게 처방을 하면 방향성 마이크 기술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씨는 현재 즐겁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노인성 난청의 정도가 비슷한 경우라도 개개인의 난청의 특성에 따라 소음의 영향이 다르고 그로 인해 보청기의 효과도 달라진다. 개인별 난청의 특성, 회사별 보청기의 성능 차이를 고려한 상태에서 정확한 청력검사와 전문적 처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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