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초기에 잡자]<1>위암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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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브란스병원 위암클리닉 노성훈 교수가 위암으로 의심되는 고 씨를 진찰하고 있다. 고 씨는 동네 병원에서 복통 때문에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특이한 염증 소견이 보인다며 대학병원에서의 진찰을 권해 노 교수를 찾았다.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10일 세브란스병원 위암클리닉 노성훈 교수가 위암으로 의심되는 고 씨를 진찰하고 있다. 고 씨는 동네 병원에서 복통 때문에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특이한 염증 소견이 보인다며 대학병원에서의 진찰을 권해 노 교수를 찾았다.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동아일보는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과 공동 기획으로 ‘암 조기에 잡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국내 10대 암을 중심으로 암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암 전문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암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 자가진단 믿고 방치땐 완치 기회 놓쳐

서울의 대형 전자상가 관리부장으로 있는 고모(52) 씨. 평소 술을 좋아하는 고 씨는 3월 말 속이 더부룩하고 울렁거림에도 불구하고 회식자리에서 소주를 2병이나 마셨다. 밤 1시가 지났을까 배가 살살 아프더니 다음 날 아침까지 지속됐다. 급기야 집 근처 병원에서 처음으로 위 내시경 검사까지 받았다. 내시경 검사에서 의사는 이상한 혹 같은 것이 보인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고 씨의 아버지도 위암으로 40년 전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암에 걸렸을까?’ 보름 간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운명을 하늘에 맡긴 채 10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위암클리닉의 노성훈 교수를 찾았다. 노 교수는 동아일보 베스트 닥터에서 국내 위 질환 분야 1위로 선정된 명의다.

“배가 계속 아파서 이상하다 싶어 인근 병원에 갔더니만 큰 병원으로 빨리 가라고 해서 왔어요.”(고 씨)

“평소 음식 습관은 어떤가요?”(노 교수)

“전 밥은 하루 세끼 꼭 챙겨먹어요. 약간 짜게 먹지만…. 아! 5년 전부터 훈제 고기나 삼겹살 등을 자주 먹는 편입니다. 술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직원들과 즐겨 마시는 편이에요.”(고 씨)

고 씨를 상세히 진찰한 노 교수. 위암에 노출될 위험요소 중 가장 큰 것은 음식을 불규칙하게 먹는 것. 그러나 고 씨는 △음식을 맵고 짜게 먹는 것 △고기를 구워 먹는 것 △가족 중 아버지가 위암에 걸려 사망한 것 등 위암의 가능성이 제법 높은 상황이었다. 고 씨처럼 위암 위험군에 속한 경우엔 40세 이상이 되면 1년에 한 번씩은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는 이번에 처음 검사를 받았다.

○ 40세 넘으면 年1회 꼭 위내시경 검사를

“동네 병원의 진료 의뢰서를 보니까 위의 중간 부위에 위염 소견이 보이네요.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90%는 단순 위염인 경우가 많지요. 일단 위 내시경 검사를 다시 하고 조직검사도 해봐야겠어요.”(노 교수)

고 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도 같이 할 예정이다. CT를 찍는 이유는 간 대장 췌장 등 위에 인접한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됐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조직검사는 위 내시경을 이용해 암 의심 부위 3, 4곳 정도의 조직을 떼어내 검사를 해요. 감각신경이 없기 때문에 본인은 통증을 느끼지 못해요. 검사 결과는 이틀 안으로 나올 겁니다. 이 검사 뒤 3, 4시간 동안은 식사를 피하세요.”(노 교수)

“제가 속이 이렇게 안 좋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위암이 아니었으면 하는데 걱정입니다.”(고 씨)

“위암이라고 달리 증세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복통이 온 것은 술을 자주 먹은 탓에 위경련 때문에 생긴 것 같아요. 위암의 증세는 위염과 비슷해서 증상으로는 구분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노 교수)

고 씨는 내내 불안하긴 했지만 노 교수와의 면담 이후 안도감도 생긴다고 했다. 안심하고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의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위 내시경-CT검사 받아보니…위점막 떼어내니 1~2시간 속이 따끔

11일 고 씨가 병원 위내시경실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10분 정도의 검사였지만 끝난 후에는 속이 쓰리는 등 약간의 불편감이 있었다.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고 씨는 11일 위 내시경과 CT검사를 한꺼번에 받았다. 또 혈압검사 소변검사 가슴사진 혈액검사 등 각종 기초 검사를 같이 받았다. 이는 당뇨 고혈압 등 다른 질환 여부를 알기 위해서였다. 처음 간 곳은 위 내시경실. 예약제이기 때문에 많이 기다리지 않았다. 고 씨는 위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전날 오후 8시 이후 금식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침부터는 물도 못 마셨다. 위에 내용물이 남아 있으면 검사도 어렵고 잘못하다가 위 속에 남아 있는 음식물이 기관지로 들어가 숨구멍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 위 내시경 검사. 내시경 검사 전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마취제가 담긴 액체로 가글링을 했다. 고 씨는 “속에 묵직한 것이 들어가고 이물감이 느껴지면서 토할 것 같았다”며 “10분 남짓 했는데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내시경으로 점막을 떼어낼 때 통증은 없었다고 했지만 검사가 끝나고 난 다음 1, 2시간 동안 속이 따끔거렸다. 혈액검사 등을 한 뒤에 CT 검사를 마지막으로 했다. CT를 찍기 전에 내부 장기를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조영제 혈관주사를 팔부위에 달았다. CT는 30∼40분 정도 걸렸지만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검사하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훈제 등 가공식품 안좋아


고 씨의 CT 사진(오른쪽)과 위내시경 사진. CT로는 점선, 위내시경 사진으로는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부위(화살표)가 위암이다.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13일 고 씨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조직검사에서 초기 위암으로 진단됐다. 다행히 CT 검사에서는 암 부위가 한 곳에만 보이고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속이 쓰려 병원을 찾은 것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게 된, 운이 좋은 경우다.

위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30∼40%가 조기 위암으로 진단된다. 위암은 국내 남녀 암 발병률 1위로 전체 암 중 22%를 차지할 만큼 흔하다. 평균 발병 연령대는 50대로 주로 중장년층에서 생기지만 20대에도 생길 수 있다.

맵거나 짠 음식 및 훈제를 포함한 가공식품의 과잉 섭취와 불규칙한 식사는 위에 자극과 손상을 주기 때문에 암 발병률이 높다.

특히 위 점막에 기생하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암 원인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 균에 감염된 사람은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은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발병률이 2∼6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에 가족력에 속하는 사람은 1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반면 된장국이나 우유 및 인삼, 신선한 야채나 과일 등은 위암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다.

위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초기 증상이 위염이나 궤양과 비슷해 임의로 제산제를 복용해 병을 키우기 때문. 10∼15%의 환자들은 위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

고 씨는 개복술을 통해 위의 절반가량을 떼어낸다. 최근엔 아주 초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이나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하고 있다. 과거에 배를 열 때는 25cm까지 절개했기 때문에 배꼽 밑까지 흉터가 있었지만 요즘은 배꼽 위까지만 절제해 흉터를 줄인다.

간혹 암에 칼을 대면 더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도원이나 금식 등으로 치료하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황이 더욱 나빠져 결국 병원을 찾는다. 초기 위암의 경우 아직까지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노성훈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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