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e메일클리닉]대상포진…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 입력 2005년 3월 27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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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의 주부 rudtns7474@hanmail.net 님이 대상포진에 대해 문의하셨습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뒤 근육통과 함께 코 아래와 입 주위, 엉덩이에 붉은색 돌기가 돋아나더니 물집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가라앉았다가도 조금만 피곤하면 똑같은 증세가 다시 나타난다”고 하십니다.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대상포진. 증상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대상포진은 여러 개의 물집이 띠 모양으로 돋아나는 피부병이다. 그러나 피부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 이 병의 특징. 환자는 물론이고 발생 초기에는 의사도 다른 병으로 잘못 생각하기 쉽다.

● 수두와 원인 같지만 면역은 안돼=대상포진의 원인은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 2∼10세 아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수두는 한 번 앓고 나면 면역이 돼 다시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수두를 앓은 사람도 대상포진에는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의 90% 이상은 수두를 앓았든 앓지 않았든 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거나 병을 앓아 면역력이 떨어지면 신경세포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 몸의 한 쪽에만 통증 생기면 의심해 봐야=대상포진은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보다 바늘이나 칼끝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먼저 시작된다. 조기진단이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통증은 가슴>허리>팔>얼굴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디스크를 앓았던 사람은 디스크 재발로 오해하기 쉽다.

통증이 몸의 어느 한 쪽에만 나타난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는 척수에서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신경 줄기를 따라 퍼지기 때문에 증상도 한 쪽으로만 나타난다. 몸 양쪽에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머리나 배가 아프거나 팔다리가 저리다는 사람도 있다. 열이 나면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물집은 없는데 피부가 가려울 수도 있다.

바이러스는 주로 감각신경을 따라 번진다. 운동신경에 바이러스가 번지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5% 정도로 팔이나 다리를 들지 못한다.

● 물집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해야=통증이 나타나고 보통 3∼5일 후 같은 부위에 물집이 잡힌다. 길게는 10일 후에 물집이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작은 물집이 드문드문 나타나지만 점점 뭉치면서 띠 모양이 된다. 물집은 점점 껍질이 딱딱해져 1∼2주가 지나면 딱지가 떨어진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는 약은 없다. 그러나 물집이 나타나고 3∼5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주사하면 통증은 1주일 안에 없어진다. 피부 발진도 2∼3주면 대부분 가라앉는다. 그러나 치료 시작이 늦거나 나이가 많으면 후유증으로 신경통이 남을 위험이 크다.

신부전증 환자 등 콩팥이 약한 사람은 항바이러스제를 쓸 때 용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 “대상포진의 통증이 아이 낳는 고통보다 심하다”는 사람도 있어 진통제나 항우울제를 쓰기도 한다.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어린이, 환자에게는 전염되기 쉬우므로 격리 입원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김원석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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