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우주서 물은 열없이 끓어

  • 입력 2005년 3월 1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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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영화에서 헬멧을 쓰지 않은 주인공이 우주선 밖에서 우주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할’이라는 컴퓨터와 싸우는 장면을 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처럼 압력이 아주 낮은 곳에서 신체가 멀쩡할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해답은 우리가 높은 산에서 물을 끓일 때 끓는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은 지표면에서 100도에서 끓지만 에베레스트 산 등정 시 베이스캠프가 위치하는 약 6000m 높이에서는 80도에서 끓는다. 기압이 점점 내려가면 물이 끓는 온도도 점점 내려가기 때문이다. 지표면에서의 공기 압력이 1기압이고 6000m 높이에서의 압력은 약 0.5기압이다.

기압이 더 내려가 우주 공간처럼 0에 가까워지면 물은 열을 가하지 않아도 그냥 끓어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호 장비 없이 우주로 나가는 경우 제일 먼저 폐로부터 공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고 순식간에 정신을 잃게 될 것이다. 동시에 피부의 세포막이 파괴되고 세포 내의 물 성분들이 끓으면서 수증기로 바뀌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약 3만m 높이를 나는 비행기 내에서 경험할 수 있다. 비행기 내에서의 압력은 약 0.6기압 정도여서 비행기 안에서 끓이는 라면은 설익기 쉽다. 동시에 우리의 피부에서 계속적으로 수분이 수증기로 바뀌며 상실되기 때문에 긴 시간 비행기를 타는 경우 물을 계속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는 기압이 낮은데도 높은 산에서처럼 숨이 가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 이르면 기압은 지표면보다 낮지만 기내에 산소를 계속 불어 넣어 산소의 양을 지표면과 같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다음 비행기 여행에서 빈 생수 병을 준비해 비행기가 최고 고도일 때 열었다가 마개를 꼭 막고 비행기가 땅 위에 도착한 후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해보기를 권한다. 지상에서는 압력이 높아진 탓에 빈 병은 약 40% 정도 찌그러져 있을 것이다.

국양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ykuk@phy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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