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우주 공간은 과학 실험실“

  • 입력 2005년 1월 20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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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실수로 물을 엎지르고 커피에 크림을 넣다가 쏟는다. 당연히 물과 크림 가루는 바닥에 떨어져 물은 닦고 가루는 쓸어 담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우주 공간에서 일어난다면 ‘대형사고’다. 물은 방울방울 흩어져 공중을 떠다니다 전자장비에 들어가면 합선을 일으킬 수 있고 가루는 떠돌다가 사람의 폐 속으로 들어가면 생명에 큰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반드시 고정해 놓아야 한다. 방치할 경우 둥둥 떠다니다가 흉기로 돌변하는 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우주선 안에서는 공기 흐름인 대류가 없다. 우주인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도 쉽게 퍼지지 않고 한곳에 쌓이므로 위험하다. 그래서 항상 팬을 이용해 내부 공기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게 해 준다. 이 때문에 선내는 무척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이고 대류가 없다는 우주 공간의 특성은 산업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밀도가 다른 물질이 서로 완벽하게 섞이므로 특수 합금을 만들 수 있고 물질 내에서 불순물이 잘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순도가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우주 공간에서는 지상에서 얻기 어려운 완벽한 단백질 결정을 만들 수 있어 신약 개발에 유리하다. 단백질 결정은 중력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하고 대류도 없어 불순물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정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면 신약 후보의 약효나 독성을 예측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도 이런 우주 환경을 활용해 흥미 있고 유용한 과학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그룹장 gchoi@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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