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육아]"아이 떼쓰기에 흔들리지 마세요"

  • 입력 2004년 1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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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는 떼쓰기로 유명하다. 하면 안 되는 일을 꼭 하겠다고 하고 해야 할 일은 하나같이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어릴 적부터 “싫어!” “빨리!” 같은 말들을 먼저 배운 현이는 커가면서 엄마 속을 자주 뒤집어 놓고 장난감가게에서는 나뒹굴어지기까지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울다가 토하기, 엄마를 밀치기 때리며, 위협하기 등 고난도의 떼쓰기 전술들을 구사하는 천재성을 보였다. 부모가 지쳐 쉬고 싶을 때나 전화를 하거나 손님이 왔을 때, 외출을 했을 때 현이의 떼쓰기는 그 빛을 더 발한다.

아이가 떼쓰는 이유는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오히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결과가 더 크다. 현이의 부모도 일관된 규칙을 적용하지 못 하고 떼를 쓰면 견디지 못하고 들어줬던 것이다. 부모가 너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반항하기 위해서 떼를 쓴다.

떼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관된 태도로 키우며 양육의 원칙을 갖되 원칙의 수는 줄여야 한다. 원칙이 너무 많으면 잔소리가 될 뿐이다. 게임은 하루 30분만 한다, 오후 10시에는 무조건 잔다, 엄마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등 꼭 필요한 행동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키게 하고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허락해야 한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지킬 수 있는 생활계획표를 만들고 장난감을 사 줄 때를 정해 놓는 것이 좋다.

물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최선을 다해 따뜻하게 대하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떤 상태인지를 민감하게 판단해 잘 반응해야 한다. 부모가 모범도 보여야 한다.

말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잔뜩 화가 나 있는 아이에게 논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줘야 한다. 벌은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성을 되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말도 벌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매를 들어야 한다. 때릴 때는 엉덩이를 아주 세게 때리자.

수많은 규칙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른들의 불필요한 규칙이 아이에게 적용되는 것이 더 많다. 만일 내가 현이 입장이라면 정말 이런 규칙이 필요할지 고민해 보자. 그러면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로 변할 수 있다. 아이는 사랑하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부모처럼 행동하고 싶은 것이다.

소아정신과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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