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길]오프라인 브랜드파워 온라인서도 위력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4분


미국의 유명한 청바지 제조업체인 리바이스가 99년 7월 온라인 판매를 선언했을 때 실패를 예견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리바이스 웹사이트는 3차원 화면을 통해 고객의 체형 옷 치수 디자인 색상 등을 확인하고 옷을 주문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을 갖춰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은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 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맛봤다.하지만 이같은 온라인 판매는 5개월 만에 중단됐다. 온라인 판매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매출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대리점과의 갈등 또는 리바이스의 오산(誤算)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 리바이스는 본사에서만 독점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대리점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일부 대리점은 리바이스제품 대신 다른 브랜드를 팔기도 했다. 이런 결정의 이면에는 리바이스라는 브랜드만으로 어떤 역경도 이겨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리바이스는 결국 오프라인 대리점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종전의 소매상들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거나 온라인 상점이 오프라인 업체와 제휴를 맺고 판매망을 확대할 경우 유통 채널 갈등과 브랜드 문제에 흔히 부닥친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중간단계가 없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낙관론과는 달리 온라인 판매는 판매채널이 복잡해 고전(苦戰)을 겪고 있다.지난해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결과를 보면 유통채널 갈등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인터넷 조사기관인 포리스터리서치는 지난해 미국 소매업체의 74%가 전자상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유통채널 갈등이 증대하거나 심각해질 것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최적의 유통채널 탐색〓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 판매에 나설 경우 온라인 기업을 분사할 것인가, 아니면 통합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자금조달 방식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구매 물류 마케팅 등 경영의 관점에서 시너지 창출 가능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전세계 1200여개의 매장이 있는 기성복 체인 갭(GAP)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반품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스포츠용품점인 나이키는 새로 연 웹사이트를 직접판매를 위한 채널로 활용하지 않고 오프라인 상점을 소개하고 상품을 광고하는 공간으로 이용해 오프라인과의 채널갈등을 피하고 있다.

채널갈등을 줄이면서 웹사이트와 오프라인을 완전히 통합한 경우도 있다. 미국 문구업체인 오피스데포는 온라인 주문을 받는 웹사이트와 종전의 카탈로그 판매망을 통합 운영한다. 이 회사는 통합 초기에 온라인 사업이 카탈로그 사업과 제 살깎기식 가격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종전의 브랜드를 버리지 않고 온 오프라인을 성공적으로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영국 생명보험회사인 프루덴셜은 온라인 기업인 에그닷컴(Egg.com)을 완전히 분리했다. 에그닷컴은 브랜드와 상품을 바꿔 인터넷 인구가 많은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삼아 1년 만에 예금자 70만명, 수신고 13조원을 돌파했다.

온 오프라인의 완전 통합과 완전 분리의 중간 형태를 취하는 회사도 많다. 이 경우 온 오프라인의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비즈니스 컨설팅사인 미국의 GMT는 유통채널 관리에서 브랜드파워, 소매상의 반발효과, 본사의 대응능력 등 3대 요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GMT는 채널 장악력과 브랜드 파워가 떨어질 경우 본사가 웹사이트를 열 때 소매상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채널 갈등의 위험이 낮거나 본사의 대응수단이 충분할 경우 본사가 온라인 직접 판매에 나서는 등 공세적인 전략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브랜드의 문제〓순수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막대한 마케팅비용이 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발판으로 온라인사업을 시작한 전통 유통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방문자 수가 많았던 상위 10위권 사이트 중 6개를 전통 유통업체가 차지해 마케팅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수 온라인 소매업자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던 것.

순수 온라인업체의 고객 획득비용도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전통기업보다 7배 가량 높다는 학계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오프라인의 브랜드 인지도가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 서적유통업체인 반스앤드노블은 경쟁업체인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인 비앤닷컴(bn.com)을 별도로 운영하다가 지난해 8월 1억650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 회사는 온라인 회사의 로고를 오프라인과 비슷하게 정하고 점포 안에서 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 4·4분기 들어 서점업계의 선두로 복귀했다.

▽국내 유통업체의 대응〓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연간 4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1700여개의 인터넷 쇼핑몰 중 10%만이 월 매출액 1억원을 넘어서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이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별도 법인 또는 자회사를 만들어 막강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온라인 실험을 거듭하며 시장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안병훈 교수는 “온라인 소매기업이 인터넷의 장점을 얼마나 잘 이용하고 오프라인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시장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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