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우리 몸의 주춧돌 발목, 당신은 튼튼 합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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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부질환, 관절염

전문적 족부치료를 위해 출범한 연세건우병원 족부톱팀은 족부 내시경 수술의 성공적 안착을 이끌었다. 오른쪽 사진은 줄기세포 이용한 연골재생술 전과 후. 연세건우병원 제공
전문적 족부치료를 위해 출범한 연세건우병원 족부톱팀은 족부 내시경 수술의 성공적 안착을 이끌었다. 오른쪽 사진은 줄기세포 이용한 연골재생술 전과 후. 연세건우병원 제공
발은 우리 몸의 불과 2% 남짓한 작은 면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면적에 많은 인대와 신경조직, 혈관조직이 정밀하게 구성돼 있다. 하루 평균 400t 이상의 무게를 견디며 우리 몸의 주춧돌이자 뿌리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우리의 무관심과 무의식으로 굳건했던 발목이란 뿌리가 병들면서 무릎과 척추 등 가지까지 시들어 간다는 사실이다.

‘몸의 뿌리’ 발목, 지속증상 있다면 이미 진행 중


발목연골손상(거골골연골병변)은 발목관절염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적기 치료가 관절염 발병을 좌우한다. 연골은 완충작용과 관절 간 마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연골손상이 진행되면 움직일 때 체중이 실리면서 통증을 유발하고 발을 사용할 때마다 뼈마디가 부딪히며 아프고 시큰거린다. 심할 경우 발목 잠김 등으로 발 기능 자체에 제한이 발생한다.

문제는, 발목은 침묵의 관절이라 불릴 만큼 외상을 입어도 회복이 빠르다는 것. 따라서 앞서 설명한 지속된 증상은 이미 손상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연골손상은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바로 ‘발목염좌(인대손상)’다. 이 때문에 학계 보고에 따르면 발목연골손상이 10, 20대에 이미 시작된다고 한다. 발목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탓에 한 번 손상되면 빨리 악화되며 손상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발목염좌는 흔히 겪다보니 제대로 진단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대다수가 파스나 찜질, 침 등 자가 치료 혹은 대체의학 치료 후 붓기가 빠지고 통증이 감소하면 다 나았다고 생각해 일상생활에 나선다. 하지만 인대는 강철이 아니다. 섬세한 섬유조직으로 돼 있다. 손상 정도에 따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활 혹은 봉합·재건술을 해야 제 기능을 회복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인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목불안정증이 발생해 평지를 걷다가도 쉽게 발목을 접질리게 된다. 연골손상은 반복되는 외상 속에 점차 병기가 진행된다.

연골손상은 연골의 낭종(물혹) 형성과 연골이 떨어져 나가는 골편 전위 여부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1기의 경우 보존치료를 시행한다. 깁스를 이용한 고정치료와 기능 재활, 약물과 주사 등을 이용한다. 그러나 보존치료에 호전이 없거나 병기가 진행되는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2, 3기의 경우 관절내시경을 통한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 미세천공술은 연골이 없는 뼈 부위에 5mm 간격으로 미세한 구멍을 뚫고 골수에서 나오는 줄기세포로 연골을 생성하는 치료다. 내시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어 수술 시간이 짧고 출혈이 적어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수술 후 깁스나 목발 등의 보조기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손상된 연골 면적이 1.5cm 이상 크거나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 연골 밑에 낭종이 있는 큰 병변의 경우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고농축 줄기세포 통한 연골재생술


연골이 분리되고 전위 등이 나타나는 연골손상 3, 4기 치료를 위해 무릎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이 도입됐다. 연세건우병원 족부톱팀이 도입한 고식적 줄기세포 치료는 자가연골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시켜 다시 손상된 연골 부위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는 초기에 재생된 연골의 강도와 내구성이 정상 연골에 비해 약하고, 이식된 세포수가 많지 않아 적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란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자의 자가골수를 특수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고농축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이 때문에 이식되는 세포수와 활성화 정도가 배가됐다. 또한 이전에는 줄기세포를 상처 난 부위에 연고를 바르듯 도포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땅에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줘 건강한 나무를 키우듯, 손상 부위에 미세천공 시행 후 줄기세포를 심어주고, 그 위에 줄기세포를 잘 자라게 해줄 거름 역할과 세포가 흐르지 않도록 고정하는 제재를 사용해 손상된 연골의 뿌리부터 재생을 유도하는 필홀(Fill-Hole)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연골과 유사하게 결손 부위를 매우는 것이 가능해 발목 기능도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다.

이 모든 과정은 절개 없이 관절내시경을 통해 비절개로 이뤄지며, 수술 시간이 짧고 통증 부담이 경미해 미세천공술과 마찬가지로 수술 후 이튿날 퇴원하는 등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시간이 관건인 발목관절염


연골손상의 치료시기를 놓친다면 발목관절염으로의 진행은 필연적이다. 특히 연골손상이 10, 20대에 발생하는 만큼 퇴행성 요인의 무릎과 달리 비교적 젊은 30, 40대부터 발목관절염이 시작된다. 발목관절염이 진행되면 조금만 무리해도 발이 잘 붓고, 심화되면 발목이 항상 부어 있으며 걷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된다. 이 때문에 급격한 삶의 질 하락과 무릎 및 허리에 과부하를 초래하게 된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족부톱팀 원장은 발목관절염 치료의 관건은 바로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마치 실과 바늘처럼 관절염과 붙는 것이 ‘인공관절치환술’”이라며 “발목관절염 역시 말기로 진행된 경우 이 수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상 증상을 보일 때 바로 족부전문의를 찾는다면 인공관절치환술 없이 발목관절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목관절염은 진행될수록 관절이 정상 위치에서 점점 벗어난다. 실제 선 채로 X선을 촬영해 보면 관절이 틀어지고 간격이 좁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도입된 수술이 SMO(과상부절골술)수술로, 관절염으로 인해 틀어진 정렬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게 핵심이다.

SMO수술은 관절염으로 내측 관절 연골에 과하게 쏠린 비대칭적 부하와 체중 부하 축을 바깥쪽 정상 연골 부위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내측으로 과하게 쏠려 있던 체중 부하 축이 정상적인 연골이 덮여 있는 발목관절의 외측으로 이동된다. 이에 과도한 압력이 해소돼 통증은 줄고 발목 기능 향상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최근 SMO수술이 손상된 연골재생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박 원장이 정형외과 SCI 저널인 ‘AJSM’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발목관절염 환자가 느낀 통증의 정도(10점 만점)가 수술 전 7.1점에서 수술 후 1.3점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발목 관절 및 뒤꿈치 기능 평가 점수(100점 만점) 역시 수술 전 평균 60점에서 수술 후 83점으로 정상에 가깝게 향상됐다. 또한 고난도 수술이지만 수술 시간이 1시간 내외로 짧고 통증이 경미해 평균 3일의 짧은 입원만으로 관절염 치료가 가능하다.

족부수술에 최적화된 전문가와 환경


연세건우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족부전담수술을 위해 박 원장을 비롯해 풍부한 족부수술 임상경험을 갖춘 3인의 족부의사와 전담 간호사, 병동을 갖춘 족부톱팀을 출범했다.

박 원장은 “무릎과 어깨의 경우는 많은 전문병원들이 있다. 이러한 병원들은 관련 질환의 인지도와 인식도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족부의 경우 전문병원, 중점병원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족부질환의 인식과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연골손상과 발목관절염 유병률 증가도 결국 전문적인 족부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드물고 중요성에 대한 설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족부중점 의료기관을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발은 침묵의 관절이다. 타 관절과 달리 병이 악화되기 전까진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망가지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야기하고 정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에서 지속적인 통증이나 발목염좌와 같은 경증이 있으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중증질환 예방을 위해서라도 전문의를 찾아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
#족부질환#관절염#발목#연골재생술#발목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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