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46>卷三. 覇王의 길

  • 입력 2004년 5월 7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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鴻門의 잔치 ④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군사를 계속 함곡관으로 밀어 넣어 적의 이목을 전면으로만 끌어 모은 뒤, 사나운 장수와 날랜 군사를 따로 보내 함곡관을 돌게 합니다. 그리하여 갑자기 적의 등과 옆구리를 찌르면, 아무리 함곡관이 높고 험하다 해도 열리지 않고 배기지 못할 것입니다.”

범증이 그렇게 말했다. 항우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받았다.

“함곡관 양편은 벼랑이나 다름없는 능선과 높은 언덕으로 막혀 있소. 홀몸으로 넘기도 어려운데 병장기와 치중(輜重)을 갖춰야 하는 군대가 어떻게 넘는단 말이오?”

“장군은 벌서 장하(장河)를 건널 때를 잊으셨습니까? 군량은 함곡관만 넘으면 관중의 곡식을 먹으면 될 테니 따로 지닐 필요가 없고, 밥 짓고 국 끓일 시루와 솥도 마찬가지로 함곡관만 넘으면 관중의 것을 쓰면 됩니다. 병장기도 당장 싸울 것만 있으면 되니 젊고 날랜 군사들을 뽑아 칼 한 자루와 밧줄 한 뭉치만 지닌 채 함곡관을 돌게 하십시오. 아무리 험한 언덕과 능선이라 해도 그들이 넘지 못할 곳은 없을 것입니다.”

그제야 항우도 범증의 말을 알아들었다. 더 따지지 않고 장수들을 불러 모으게 했다.

“당양군과 포장군은 한 번 더 별동대로 애써 주셔야겠소. 각기 젊고 날랜 군사 5000명씩을 골라 함곡관을 돌아주시오. 길이 멀든 가깝든 군사들과 넘을 수 있는 곳을 골라 넘되, 사흘을 넘겨서는 아니 되오. 사흘 뒤 우리가 전군을 들어 함곡관을 칠 때는 장군들도 적의 등과 옆구리를 찌를 수 있어야 하오!”

항우는 먼저 경포와 포장군에게 그렇게 명을 내리고 다시 종리매와 용저를 불렀다.

“장군들은 오늘부터 함곡관을 정면에서 들이치되 그 기세와 규모를 엊그제와 다름없이 하라. 다만 당장 함곡관을 깨뜨려야 되는 것은 아니니, 무리하게 몰아대어 군사를 많이 상하게 할 것은 없다. 하나 또한 양동(陽動)임이 적에게 들켜서도 안 된다.”

항우는 그런 명과 함께 자신의 깃발까지 내주었다. 이에 종리매와 용저가 다시 갑병들을 이끌고 급하게 함곡관을 짓두들기는 사이에 경포와 포장군은 가만히 함곡관을 돌았다. 각기 젊고 날랜 군사 5000명을 이끌고 좌우로 길을 나누어 넘을 만한 곳을 찾던 그들은 몇 십리씩 길을 돈 뒤에야 어렵게 함곡관을 돌 수 있었다.

종리매와 용저가 함곡관을 전면에서 공격하기 시작한 지 사흘째가 되었다. 그날 아침 항우는 갑옷투구로 온몸을 여미고 오추마에 오르면서 말했다.

“오늘은 내가 앞서겠다. 모두 힘을 다해 반드시 함곡관을 깨뜨려야 한다!”

그리고는 정말로 앞장서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장졸들도 쏟아지는 돌 우박과 화살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관문과 누벽(壘壁)을 기어올랐다. 무서운 기세였으나 지키는 쪽도 만만치 않았다. 며칠 해온 대로 흔들림 없이 공격을 막아냈다. 그 바람에 항우의 군사들은 그 며칠 가운데 어느 날보다 그날 반나절 동안 더 많이 죽고 다쳤다.

“당양군과 포장군은 어찌 되었는가!”

항우가 그렇게 소리치며 관문 너머를 노려보았다. 터지려는 분통을 억지로 눌러 참고 있는 듯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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