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진하고 깊은 맛, 가을 고등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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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구이와 무스 요리. 무스는 생크림과 고등어를 갈아 만든다.
고등어 구이와 무스 요리. 무스는 생크림과 고등어를 갈아 만든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일본에선 고등어를 두고 “겉은 신선하지만 속은 썩었다”라고 한다. 보통 생선을 고를 때 눈알의 신선도나 몸통의 탄력, 아가미의 색 등을 주로 보지만 고등어만큼은 겉과 속이 다를 수 있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내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고등어를 구매하는 곳은 고등어만 20년 넘게 팔고 있는 아주머니집이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정리해 소금으로 간을 할 때 아주머니의 손놀림과 정확한 양은 환상적이다. 두꺼운 고무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몸통 부분을 살짝 누르는 것만으로도 스시에 적합한지 그릴 용도인지 정확히 구분한다. 가격은 신선도와 크기, 그날의 수급 양으로 결정되지만 한 마리에 1만5000원을 호가할 때도 있다. 나는 고등어로 깻잎으로 만든 페스토를 섞어 파스타를 만드는데 단골손님이 1년 내내 찾아 항상 준비해 두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였다.

필수지방산 오메가3의 대표적 생선인 고등어는 참고등어, 망치고등어, 노르웨이고등어 3종이 주를 이룬다. 참고등어는 봄여름을 시원한 북쪽에 머무르다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와 알을 낳는다. 가을고등어는 기름지고 통통하면서 가장 맛있어 최고 가격을 받는다. 줄낚시로 하나씩 건져 올려 상처가 전혀 없고 산 채로 보관 판매된다. 일본에서 마리당 5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것은 황금고등어로 불린다. 맛은 참치 뱃살과 비슷하다.

1년 내내 가장 흔하게 잡히는 망치고등어는 요리 외에 가공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사바 부시’라고 해서 말려 포를 뜬 것을 소바, 우동, 라면의 기본 국물로 이용하는데 담백한 가쓰오 부시와는 달리 기름지고 달달한 맛이 난다. 냉동 상태로 수입되는 노르웨이고등어는 소금 간을 하거나 반건조, 피클링 용도이고 회전초밥 집에서 사용하는 것도 대부분 이것이다.

고등어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재료다. 터키 이스탄불의 갈라타 다리를 지나다 보면 고등어 냄새와 연기가 진동한다. 바게트에 그릴에 구운 고등어 한 쪽과 상추, 토마토,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뿌려준다. 고등어를 빵에 넣기 전 바로 구워낸 것은 맛이 있지만 미리 구워진 것은 뻑뻑하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와 라틴아메리카의 에스카베체는 고등어에 밀가루를 묻혀 지져 내고 식초 양파 와인을 넣고 살짝 끓여 이를 고등어에 부어 식힌 요리이다. 차게 해서 먹는데 하루가 지나면 깊은 맛이 어우러져 더 맛있다. 일본의 난반즈케도 똑같은 요리인데, 난반인(포르투갈 사람)의 초절임 요리라는 뜻이다.

교토가 일본의 수도였을 때, 후쿠이현의 오바마 항구에서 교토까지 ‘고등어길’이 있었다. 항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교토에 소금으로 간을 한 고등어를 나르던 길로, 한국의 안동 고등어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교토 스타일 고등어 스시는 밥 위에 절인 고등어를 얹어 사각으로 만 것이고 오사카 스타일은 나무 박스를 이용해 만든다.

뉴욕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은 생선 요리로 유명하다. 싼 생선에 속하는 고등어를 다지고 캐비아와 함께 내놓는다. 진하고 고급스러운 깊은 맛에 어릴 적 가을고등어를 미소소스와 즐기셨던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나 역시도 고등어회를 마늘 듬뿍 다져 넣은 된장소스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부드럽게 익힌 무나 신김치를 깔고 조린 고등어는 생각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고등어 구이#고등어 요리#르 베르나르댕#난반즈케#오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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