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의 X파일]착한 식당들만 다녀도 괴로웠던 김PD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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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에 길들여진 입… 착한 음식은 심심해
종종 라면 싹 비웠죠

지난해 여름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팀에 합류한 정고운 PD(31). 그는 고운 이름과는 달리 끈질긴 취재로 ‘먹거리 X파일’의 히트작을 다수 발굴한 ‘독종’ PD다. 조미료 범벅 새우젓을 취재할 땐 ‘여자는 새우젓 배에 못 오른다’는 금기를 깨고 마을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승선에 성공했고, ‘착한 케이크’를 찾기 위해 조각 케이크를 100만 원어치 이상 먹어 치우기도 했다. 사회적인 파장이 컸던 인산염으로 크기를 부풀린 새우,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굴비도 그가 발굴한 작품이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인 정 PD에겐 큰 결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운전. 운전을 못하는 그는 버스와 택시, 기차 등 온갖 대중교통을 이용해 취재를 다녀야 했다.

그런 정 PD에게 최근 먹거리 X파일팀에 합류한 새내기 김동민 PD(28)는 구세주 같은 짝꿍이다. 운전병 출신인 김PD는 운전 실력만으로도 선배인 정PD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두 사람은 최근 방영된 ‘착한식당 재검증’ 편을 함께 취재하고 촬영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템 고민할 필요 없이 정해진 착한식당들만 찾아가도 되니 좋겠다”고 했지만 두 달간 전국 곳곳에 있는 25곳의 식당(착한식당 14곳, 준착한식당 11곳)을 찾아가 촬영을 마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 재검증에는 전문가 검증단 외에 시청자 검증단까지 모시고 가야 했다.

방송을 준비하는 두 달간 아침 일찍 서울에서 검증단과 만나 지방으로 내려갔다. 예컨대 낮에는 대구에서 칼국수를, 저녁에는 경북 청도로 건너가 청국장을 먹은 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이 60일간 이어졌다. 하루에 서너 곳씩 매일 1000km, 일주일이면 7000∼1만 km를 운전했다. 운전이라면 질리도록 해봤다고 자부했던 김 PD는 두 달간 매주 기록을 경신했다.

“군대에서는 누적 거리가 8000km면 휴가가 나와요. 제 경우 8000km가 넘었던 게 상병 때였는데 먹거리 X파일을 하면서 일주일 만에 8000km를 넘겼죠. 두 달간 우리나라 몇 바퀴는 돈 것 같아요.”

오랜 자취 생활로 인공조미료(MSG)에 길들여져 있던 김 PD는 착한식당의 음식들이 너무 심심했다고 토로했다. “착한 음식이 꼭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고 했던 이영돈 PD의 말은 옳았다.

“두 달간 소원이 조미료 들어간 음식을 먹는 거였어요.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입에 안 맞으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음식을 적지 않게 먹었음에도 종종 분식집에 들러 라면 한 사발을 남김 없이 들이켰죠.”(김 PD)

착한식당 재검증 편은 3주에 걸쳐 방송됐다. 두 달간의 숨 가쁜 취재가 이들에게 남긴 것은 뭘까.

“힘들긴 했지만 착한식당을 고집하는 철학 있는 분이 아직 많이 계시다는 걸 다시 실감했죠.”(정 PD)

“만날 몰래카메라를 찍다 보니 직업병이 생겼어요. 식당만 가면 화면에 거슬릴 수 있는 것들을 습관적으로 치우고 있더라고요.”(김 PD)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착한식당#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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