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는 ‘부기우기’를 닮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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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하는 계절. 찬바람이 불면 베토벤(사진)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며 마음을 추스른다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베토벤 작품번호 끝 곡인 소나타 32번(작품 111)은 후반부인 2악장이 명상적인 주제와 육중한 다섯 개의 변주로 돼 있어 심오하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마력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이 악장을 듣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귀에 들어옵니다. 세 번째 변주의 통통 뛰어다니는 듯한 리듬이 듣는 순간 바로 오늘날의 대중음악을 연상하게 만들거든요.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쓰코는 자신이 녹음한 베토벤 후기 소나타집 음반 해설지에 ‘이 부분은 부기우기(Boogie-Woogie)와 닮았다’고 써서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부기우기란 1920년대 시카고 흑인 사회에서 비롯된 흥겨운 리듬의 재즈를 말합니다.

사실은 우치다에 앞서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도 같은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는 “이 부분은 훗날 음악이 찾아낼 리듬의 자유를 베토벤이 미리 내다본 것”이라며 “재즈나 부기우기 ‘따위’는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표현했습니다.

이 얘기는 갖가지 생각을 불러옵니다. 미래의 음악사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도 베토벤의 곡에서 그 시대 음악과 닮은 부분들을 찾아내며 신기해할까요. 후대 음악의 요소를 미리 갖고 있다는 점은 과연 한 작곡가의 남다른 위대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까요. 베토벤이 오늘날 대중음악의 격렬한 리듬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을 이야기할까요.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링크를 통해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에서 ‘부기우기’를 연상시킨다는 부분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비교를 위해 현대 작곡가인 리버만이 쓴 ‘부기우기’ 곡도 함께 넣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오늘(21일) 저녁 8시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를 포함한 후기 피아노 소나타 30∼32번 전곡을 연주합니다. blog.daum.net/classicgam/36

유윤종 gustav@donga.com
#베토벤#소나타 32번#재즈#부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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