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1>원견명찰(遠見明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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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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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 멀 원 見: 볼 견 明: 밝을 명 察: 살필 찰

지혜롭고 현명한 군주의 자세를 말한다. 군주는 신하들 중에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간악한 사람이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통치술에 정통한 인사는 반드시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 밝게 살피지 못하면 사사로운 일을 밝혀낼 수 없다. 법도를 잘 지키는 인재는 반드시 굳건하고 강직하다. 굳건하고 강직하지 않으면 간사한 자들을 바로잡을 수 없다(智術之士, 必遠見而明察, 不明察, 不能燭私. 能法之士, 必强毅而勁直, 不勁直, 不能矯姦).”(한비자 ‘고분(孤憤)’)

여기서 강의경직(强毅勁直)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인사들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이들은 주변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한비는 ‘홀로 분격해 있다’는 의미의 고분(孤憤)이란 말을 썼다. 이들이 원견명찰(遠見明察)한 군주의 신임을 받아 임용된다면 나라를 해치는 좀벌레들을 잡아낼 수 있을 터이지만, 그런 군주는 예상외로 매우 드물다. 아니 진실을 말하고 바른 말을 좋아하는 군주는 없다는 것이 한비의 생각이다. 그래서 강의경직한 자들은 지위가 낮고 자신들을 인정하는 군주도 드물며 항상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되어 홀로 울분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신하에 대한 군주의 평가는 신하의 실제 공적이 아니라 자신의 친소관계 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군주는 주변에 사사로이 패거리를 지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면서 군주의 권위를 가리는 자가 얼마나 있는지 ‘명찰(明察)’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갖춘 자들은 기득권과 대립되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군주 곁을 떠나는 강의경직한 인재들이 자신의 곁에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절대 권력자인 군주의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만 통치의 일차적 장애물인 인(人)의 장막에서 벗어나는 길이기에 말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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