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 책]“中 대망론? 10억 극빈층이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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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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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디케이드/조지 프리드먼 지음·김홍래 옮김/384쪽·1만6500원·쌤앤파커스
‘동아시아 삼국지’ 10년 후 판세는…中, 불안요인 곧 폭발…

그래픽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그래픽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21세기의 두 번째 10년, 우리는 여전히 크나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 재스민 혁명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세 변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경제의 미래….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지각 변동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가올 10년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조차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변혁의 시대다.

이처럼 촉각을 다투는 국제정세와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곳이 있다. 바로 ‘그림자 CIA’라고 불리는 미국의 전략적 국제안보 분석기관 스트랫포(STRATFOR)다. 스트랫포가 내놓는 분석 자료와 브리핑은 전 세계 정부와 언론, 금융기관에서 최우선으로 검토한다. 심지어 이들의 정세예측 보고서는 미 국방부의 조간 브리핑에도 올라갈 정도라고 하니 그 신뢰도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스트랫포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지 프리드먼 박사가 펴냈다. 저자는 2011년을 출발점으로 다음 10년, 즉 ‘넥스트 디케이드’를 전망한다. 특히 지금껏 경제를 중심으로 한 예측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관점 등과 결합해 폭넓게 다음 10년의 큰 틀을 조망한다. 물론 미국 중심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아울러 우리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현안인 동아시아의 힘의 질서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 전략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정치군사적 전략은 여전히 경제와 금융의 흐름과 구조에 큰 틀을 제시한다.

책은 ‘미국은 과연 테러리즘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미국의 상호의존 관계는 지속될까?’ ‘이라크가 무너진 중동에서 이란은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미국-이란의 관계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중국은 과연 미래의 최대 패권국가가 될 것인가?’ 등의 질문을 하나씩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구체적이고 강력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전망한다. 특히 한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의 요동치는 정치와 경제적 변화도 매우 중요하게 언급했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중국대망론’에 대해 저자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인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은 성장을 거듭했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하며 외국의 자본과 기술도 들여왔다. 이제 중국도 6000만 명 이상이 연소득 2만 달러가 넘는 가정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다. ‘새로운 패권국으로의 부상’이란 세간의 예측과 달리, 그는 중국 경제의 높은 해외의존도, 임금과 실업률 상승 등을 근거로 조만간 중국의 극빈층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의 위기를 경험했다. 앞으론 심각한 고령화와 자연재해 등이 일본을 위협할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일본이 사회적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긴축을 견딜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 대신 위기에 처하게 되면 일본은 해군력을 증강시켜 동아시아의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경제학 박사(왼쪽)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경제학 박사(왼쪽)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는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한 대로 한국이 중-일 양대 강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아시아의 핵심세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럽연합(EU)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측을 내놓았다. 우선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쏠려 있는 동안 약해졌던 힘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앞으로는 독일과의 견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을 위협하는 주요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물론 미국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폴란드 및 캅카스 지역과 발트 해 연안국에 접촉을 시도하게 된다.

현재 EU가 여전히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다음 10년 안에 EU가 붕괴에 이르진 않겠지만 러시아과 독일의 협력,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 회원국들의 취약한 경제 등이 이들을 분열로 이끌 것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현재 EU의 상황은 그의 예측대로 불안하기만 하다.

급변하는 세계와 불투명한 미래, 미국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정부기관, 세계 금융과 경제 질서를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치밀하게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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