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5>축제문화의 제현상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왜 인간은 일탈을 꿈꾸나

《“일상의 순환구조와 축제 이미지의 본질을 살펴볼 때, 인간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을 경험하고 그것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실제로는 관념화된 도덕과 형식화된 규율 속에 매여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전복을 꿈꾼다.”》

◇ 축제문화의 제현상/연세대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엮음/연세대출판부

인간은 질서 속에 살면서 동시에 전복을 꿈꾸는 존재다. 일탈을 용인하는 축제는 인간의 이런 이중적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화현상이며, 축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 삶을 깊이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축제를 연구한 논문 8편을 엮어 그 구조와 기능, 사회문화적 맥락을 밝히고 있다.

축제의 특징 중 하나는 ‘거대함’이다. 사람들은 크게 부풀린 머리장식과 옷으로 자신을 꾸미고, 거대한 가마나 마차를 타고 행렬을 벌인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먹기도 한다. 논문 ‘축제의 거인성과 거인 신화’는 이 같은 거인성을 고대 거인신화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식인’은 거인신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티브다. 그리스 신화 최초의 거인인 티탄들은 아버지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에게 맞선다. 그중 막내 크로노스는 자신이 아버지의 힘을 빼앗은 것처럼 아들들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말을 듣고 아들을 낳는 대로 모두 잡아먹는다. 거인에게 먹히는 것을 달리 해석하면 강력한 자연의 힘을 자신의 내부로 불러들여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부정하고 초인이 되는 과정이다. 거인성을 강조하는 축제 역시 불운에 대비하고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것 외에도 초자연적 힘을 자신의 내부로 불러들이고 정신과 육체, 인간과 문화의 이분법적 질서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논문 ‘전통축제모형으로서의 남사당패놀이’는 남사당패 놀이의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그 안에서 우리나라 전통축제의 원형을 찾아내고 있다. 남사당패 놀이에 드는 비용은 모두 마을이 부담했고 놀이 기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손을 놓아야 했다. 일상의 질서가 무너질 위험도 컸다. 그 때문에 놀이를 펼쳐도 된다는 허가가 나는 경우(‘곰뱅이를 트다’라고 표현)는 아주 드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사당패 놀이를 종종 허용했던 이유는 그만큼 남사당패 놀이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축적된 욕망을 풀어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뜻이다.

남사당놀이의 절정은 꼭두각시놀음으로, 논문은 등장인물 홍동지가 축제 구성원의 욕망과 꿈을 응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붉은 몸을 한 홍동지는 몰락한 양반이지만 날품팔이로 일을 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크게 세 가지 극적 행동을 하는데 상좌와 소무가 서로 희롱하는 장면에 개입해 꾸짖고, 등장인물을 잡아먹는 이시미를 퇴치하며, 평안감사(혹은 그의 어머니)의 상여를 밀고 나간다. 우스꽝스러운 춤과 유희를 통해 무질서와 재앙, 죽음을 극복하는 홍동지는 축제의 기호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존재다.

축제에서 가면이 지니는 의미를 신성성과 타자성의 획득, 대조성의 결합 등으로 분석한 논문 ‘가면의 다중적 의미와 가면축제의 맥락적 이해’, 서구 카니발이 근대로 오면서 시민들의 자기표현의 장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한 논문 ‘독일 중세와 근대 카니발의 사회적 기능’, 환상이 축제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한 논문 ‘축제와 환상’ 등도 실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