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0>카니발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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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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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니발 로드/유경숙 지음/동아일보사

《“아르헨티나에 와서 보니 이곳은 탱고뿐 아니라 색다른 예술 공연도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조명의 화려함만 다를 뿐,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뉴욕, 코리엔테스는 남미의 브로드웨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이곳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규모 공연장과 소극장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두세 건물 간격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플로리다 거리의 예술가들을 순서대로 만나보는 동안, 주머니의 동전도 금세 바닥이 났다. 그제야 남미 여행 중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비싼 티켓 값이 아니라 거리 예술가들을 위한 최소한의 동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서 탱고만 봤다고?


문화마케팅 경력 9년차인 저자는 세계 문화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1년간의 세계일주를 계획했다. 세계의 공연을 섭렵하면서 전문 능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6개월의 꼼꼼한 준비 끝에 2007년 3월 한국을 떠난 그는 세계 41개국을 돌며 300여 편의 공연을 관람했다. 티켓 값만 약 1200만 원이 들었다. 세계의 공연 및 축제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첫 행선지인 미국 뉴욕에서 한 달 내내 공연장을 드나든 저자는 뉴욕과 한국의 공연장 문화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됐다. 관객의 기본 매너가 부족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어릴 때부터 ‘좋은 관객이 되는 연습’을 한다. 대표적인 관객 교육 기관이 맨해튼의 ‘링컨센터 인스티튜트(LCI)’다. 예술가들을 미국 전역의 학교에 보내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예술을 함께 토론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공연들은 거의 오프브로드웨이와 오프오프브로드웨이를 피라미드처럼 거친 작품들이다. 소재의 다양성도 관객이 오프브로드웨이와 오프오프브로드웨이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라디오 토크쇼의 다양한 이야기를 묶어 리얼리티를 살린 연극,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부모와 자녀 사이의 해프닝,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아시아계 뮤지컬 지망생들의 오디션 뒷이야기 등 신선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브라질 상파울루에는 매년 단 24시간 동안 펼쳐지는 ‘상파울루 문화 페스티벌’이 있다. 5월 전후에 열리는 이 축제의 공식 명칭은 ‘문화를 뒤집는다’는 뜻의 ‘비라다 쿨투랄(Virada Cultural)’. 상파울루의 공연장과 광장, 교육센터 등에서 뮤지컬, 연극, 서커스, 마임, 영화, 댄스, 문학,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한다. 밤새 북적대는 이 축제는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큰 즐거움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는 수많은 공연이 거의 무료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는 현지인에게만 해당된다. 똑같은 공연이라도 외국인 관광객은 20∼100배 비싼 티켓을 사야 하는 이중가격제다. 국민의 문화생활을 위해 쿠바 정부에서 모든 공연을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란다. ‘공연도 무료로 배급하는 나라’인 셈이다.

중국의 경극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공연이 도중에 끝나는 듯한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경극은 중국의 유명한 소설이나 역사서에서 소재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야기가 길고 복잡하다. 그래서 보통 경극 레퍼토리 중 유명한 대목만 골라 두세 장면을 보여준다. 경극 한 편을 제대로 다 보려면 7박 8일은 걸린다.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값싼 티켓 찾기, 브라질의 공연 정보 찾기,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레슨 받는 곳 등 공연 팬들을 위한 실용 정보도 담겨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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