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⑭] 한 달간의 '러시아-몽골' 일정을 끝내고 핀란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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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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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 러시아 모스크바(7월5일)-상트페테르부르크(7월7일)-핀란드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한인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곧장 한국식당의 위치를 수소문해 돌격했다.

우리는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아야 했다. 너무도 그리웠던 삼겹살, 자장면, 잔치국수 등을 맘껏 입 안에 담아 넣었다. 한인 민박 사장님께서 직접 식당까지 마중 나오셨고 음식점 사장님은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호텔 주차장을 섭외(하루 100루블)하여 맘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게다가 다음날에는 카메라와 바이크 수리에 도움을 줄 통역아르바이트 학생까지 알아봐주신 것은 물론이고, 이동차량 섭외, 우리들의 밀린 빨래, 야식, 야경투어, 늦은 체크아웃,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민박집과 그곳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유학생 소개 등 정말 셀 수 없을 만큼의 도움을 주셨다.

"여행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하신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 언제 보겠냐며 귀찮다는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울란바타르의 곽 대표님 그리고 모스크바의 강 대표님은 우리가 가장 힘겨운 여정 가운데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렇게 여행 후기를 통해서라도 감사드린다.

■ 지난 한달 간의 여정에 감사해야할 사람이 많았다

모스크바에서는 몇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두말할 것 없이 팀원 모두가 모터사이클 정비를 원하고 있었다. 둘째는 망가진 카메라 수리가 급선무이기도 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마리나 의원과 루슬란 의원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

여기도 유럽은 유럽이었다. 모터사이클과 카메라를 수리하는 일을 예약 없이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예약을 하고 우리는 마리나 의원을 만나 점심을 함께 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이어 잠시나마 시내관광을 마치고 늦은 저녁 모스크바를 출발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서부로 갈수록 유럽과 미국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어느 순간부터 고속도로 주변에 가스트니짜(게스트하우스) 대신 호텔과 모텔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체인점 슈퍼마켓들이 보이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행이 한결 수월해진 것이다.

모스크바까지는 서쪽으로 왔지만 이제부터는 북진이었다. 지금도 11시나 되어야 어두워지는데 우리가 떨어지는 해를 쫓아 북진할수록 해는 더 길어졌다. 단지 100km만 올라가도 확연하게 해가 길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12시가 넘어 해가 어둑어둑 해질 무렵 숙소를 잡아 하루를 마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한국화가 진행 중이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지어지고 삼성전자의 진출로 호감도가 일본보다 한수 위란다. 특히나 도요타와 소니가 현대와 삼성에 뒤쳐지는 곳이 바로 모스크바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설명이었다.

불과 20년 전에는 적국이었던 이곳이 한러 수교가 맺어진 2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친한 나라가 될 줄이야. 또한 푸틴의 측근인 시장이 당선된 이후 스킨헤드족 퇴출과 외국인 기업, 관광객들에 대한 보호와 편의가 대폭 개선되었다고 한다. 차량에 관한 많은 서류들과 검문도 없어졌다고 한다.

■ 급속하게 가까워진 러시아와 한국

러시아는 넓은 나라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간의 문화의 차이도 실감나는데 하물며 유라시아 대륙의 서부와 동부의 차이는 전혀 다른 나라라고 보아도 될 만큼 넓고 깊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을 한 경험으로 러시아 동부를 여행한다면 아마 큰 곤욕을 치를 수 있으니 조심하기를 당부 드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인민박에 머무르며 한국 학생의 도움으로 마지막 러시아에서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백야축제는 이미 지났지만 새벽 2시에도 북쪽 하늘에는 붉은 태양의 기운이 감돌아 묘한 빛깔의 하늘이 연출됐다.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고 오후 늦게 국경으로 향했다. 한 달간의 러시아와 몽골 여행을 마감한다는 생각에 많은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힘들었다고 얘기해야 할까? 재미있었지만 매우 어려웠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때론 눈앞에 펼쳐진 지평선이 너무도 지루하기도 했고, 밤하늘에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진 여행이었다.

우리의 러시아 비자 만료일은 7월7일이었고, 우리는 7월7일 저녁 9시 러시아 국경을 빠져나왔다. 물론 그 너머에는 핀란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스칸디나비아 여행이다.

작성자 = 이민구 / 유라시아횡단 바이크팀 '투로드' 팀장
정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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