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시한번]두 소년, 전쟁 속 ‘죽음의 게임’ 빠지다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드 니로의 게임/라위 하지 지음·공진호 옮김

TEN THOUSAND BOMBS HAD LANDED, AND I WAS WAITING FOR GEORGE(1만 개의 폭탄이 떨어졌고 나는 조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따끈따끈한 원서를 펼쳐 들자마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첫 문장만큼 강렬하고 시적인 문장들이 뒤를 따르며 장편 서사시와 같은 드라마틱한 맛까지 빚어내고 있었다. 이 정도니 첫 발견자(옮긴이)가 “첫 장을 펴고 마지막 단어 ‘로마’를 읽을 때까지 책을 덮지 못했”겠지.

2006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아랍계 영미작가 라위 하지의 데뷔작이다. 옮긴이가 이 책을 읽고 추천해 왔을 때만 해도 당시엔 지명도가 낮아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이 작가는 2008년 ‘임팩 더블린 문학상’ 수상자가 돼 있었다. 비싼 몸값을 제안받고 당황스러웠다. 대체 ‘임팩 상’이란 게 뭔데? 오르한 파무크, 미셸 우엘벡, 타하르 벤 젤룬 등이 수상했고 폴 오스터, 이사벨 아옌데, 존 업다이크, 토머스 핀천, 마거릿 애투드, 코맥 매카시 등이 후보에 올랐으며, 영어권의 단일 작품에 가장 많은 상금(10만 유로)을 주는 상이고…. 그래 ‘고!’다.

어느덧 번역원고가 들어와서 한창 편집하고 있을 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공습했다. 작업 틈틈이 뉴스를 지켜보면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쓸어버리려고 베이루트를 침공한 소설 장면들을 떠올렸다.

올 설밑에 출간한 이 소설은 1980년대의 레바논 내전을 9년간 겪은 작가가 황폐한 베이루트에서 성장하는 두 소년의 운명을 생생하게 그렸고, 국제적인 이슈도 이와 맞물려서 주요 일간지의 서평을 잘 받았다.

‘드 니로의 게임’은 불친절하게도 대화를 묶는 큰따옴표조차 없는 데다 화약내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폭력, 마약, 고문, 섹스가 넘쳐나는 거칠고 뜨거운 누아르 영화 같은 소설이다. 그야말로 앞날이 없는 전쟁터의 청춘처럼 데카당하고 하드보일드하다.

이 맛을 아리게 느끼기에 충분할 텐데, 독자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낯선 하드보일드 소설이어서일까.

최동일 마음산책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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