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26>서양 음식에 관한 사소한 비밀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서양 음식에 관한 사소한 비밀/김안나 지음/리즈앤북

《음식은 우리 눈과 입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음식은 이제 생존의 필수조건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으로 향유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이해하는 것은 그 음식이 속한 문화에 접근하는 가장 ‘맛있는’ 방법이다. 》

일반인의 두배… 胃대한 루이 14세

서양 기독교 전통에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저녁 칠면조 요리를 먹는 전통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비엔나에는 왜 비엔나커피가 없을까, 영국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독특한 차 문화는 영국 고유의 전통일까….

이 책은 영어 출판물 기획, 집필가인 저자가 서양 음식 속에 숨겨진 비밀과 잘 알려지지 않은 짤막한 에피소드를 모은 것이다. 문헌, 사료에 전해 내려오는 역사적 사실도 있지만 신화나 전설에서 유래된 이야기들도 있다. 전문적이거나 진지한 접근이라기보다 음식에 도사린 당대 문화와 풍습을 가볍게 엿보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정리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음식에 관한 기이한 버릇은 흥미롭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식탐은 전설적이었는데, 매끼 네 가지의 수프, 꿩 한 마리, 닭이나 오리, 샐러드, 양고기, 햄, 페이스트리, 신선한 과일 등을 전부 먹어치우기로 유명했다. 오후 2시 왕이 정찬을 드는 것은 공식적인 행사여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왕이 식사하는 모습을 관람했다고 한다. 왕의 사후 시신을 검시해본 의사들은 루이 14세의 위장이 거대했으며 그의 장이 일반인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야채가 주요 식품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영국 왕실에서는 식물성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14세기 영국 국왕 리처드 2세가 왕실 만찬을 열기 위해 구입한 식품의 목록에는 멧돼지, 송아지, 양머리, 토끼 등 육식 재료가 포함됐지만 사과 외에 야채는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스파라거스광이었던 프랑스 철학자, 하루 50잔의 커피를 마시는 지극한 커피 애호가였으나 결국 카페인 중독으로 죽은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일화도 소개한다.

음식의 유래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블러디 메리’란 칵테일의 유래에는 가톨릭교회의 부활을 위해 신교도들을 처형했던 영국의 메리 여왕과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법이 연관돼 있다. 미국인들이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술처럼 보이지 않는 술 ‘칵테일’을 개발하던 시절 토마토주스와 보드카를 섞은 칵테일을 피에 비유해 블러디 메리라고 이름 붙였기 때문이다. 레모네이드는 17세기 파리의 거리에서 시작됐으며 중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는 20세기 미국인들이 티백과 아이스티를 선보여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나라별로 다양한 음식문화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샐러드는 여러 나라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나라에 따라 먹는 순서가 다르다. 영국인은 메인 요리에 곁들여 천천히 먹지만 프랑스인들은 메인 요리 다음에 샐러드를 먹고 미국인들은 메인 요리 전에 먹는다. 식사가 끝났음을 알릴 때 포크와 나이프를 두는 방법, 식사에 초대 받았을 때 들고 가는 선물의 종류도 나라별로 각각이다. 음식에 대한 예의 또한 달라서 중국 등에서는 감탄, 칭찬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예의지만 서양에서는 음식에 대한 지나친 칭찬은 어색하게 받아들여진다.

깊이 있는 접근은 아니지만 음식에 관한 다양하고 소소한 비밀들을 섭렵한다면 어느 자리에서건 요긴한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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